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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벨트'를 가다]이두희 산업연구원 실장 "시군구 단위 지역정책 안통해.. 주거.일자리 한 경제권으로 묶어야"

소프트 기능 없는 과거 지방정책 실패
232개 시군구→69개 산업경제통계권 바꿔
지자체 스스로 자율책임형 산업정책 짜

[대한민국 '러스트벨트'를 가다]이두희 산업연구원 실장 "시군구 단위 지역정책 안통해.. 주거.일자리 한 경제권으로 묶어야"

"시군구 또는 광역 시도 단위 등 행정구역 기준으로 그동안 발전해 온 지역산업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연구실장은 19일 수십년간 이어져 온 지역정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에서 계획해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닌 지역이 스스로 권한을 갖는 자율책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지금과 같은 시도 또는 시군구 단위 행정구역이 아닌 정책 실행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이 실장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무너지는 지역경제를 보면서 과거와 같은 지역정책은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은 이 과정을 거쳤다. 이 실장은 지역정책의 실패의 원인을 '소프트 기능이 없는 제조업'에서 찾았다.

이 실장은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 공장과 생산기능은 지역이라는 산업입지 구조가 40년이 지나면서 과거 유럽이나 미국이 겪었던 주력산업 노후화 및 공장 해외이전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갑자기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으로 첨단지식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의 젊은이들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경제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지역경제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 거제, 군산이 모두 같은 이유다.

이 실장은 "브레인 기능이 없는 단순한 제조공장은 값싼 인건비 등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며 "현재 지역경제 침체의 원인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역발전의 기본요건인 소프트 기능(디자인, 설계 등)을 지역이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실장은 산업경제통계권을 통한 지역맞춤형 산업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산업경제통계권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역정책을 펼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다. 이 실장은 "지역 맞춤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일자리와 주거가 행정구역으로 불일치되면서 지역의 산업역량 분석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은 한계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 종사자(고용)와 주민(인구)수를 비교하면 종사자 수가 훨씬 많다. 반대의 경우는 산업지역 시군구에서 많이 발생해 소득주도 경제성장 분석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일하는 곳과 생활공간이 같은 경제권을 묶어 지역산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이 주도하는 연구팀은 최근 232개 시군구를 69개의 산업경제통계권으로 구분해 처음으로 제시했다. 교통과 통신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광역경제권을 묶은 셈이다. 과거 행정적 편의에 따라 묶은 광역경제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실장은 "하나의 중점 도시를 중심으로 같은 산업 및 생활 경제권을 묶어 집중 투자하면 과거 쪼개먹기 식 예산낭비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계획계약제를 맺어 지역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정단위로 여러 시군이 묶여 있어 산업경제통계권에 속한 시군구가 서로 협력해 발전계획안을 갖고 오면 중앙정부는 타탕성을 검토한 후 재정지원을 하는 개념이다. 중앙정부는 모니터링, 평가와 컨설팅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또 지역경제 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효과적 재정지원을 위해 '산업위기대응특별법'과 '지역부흥기금(가칭)'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불황에 대비해 기금을 만들고 위기일 때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도 이제 '기업이 사람을 찾아가는 형태(Jobs follow people)'로 변하고 있다"며 "산업경제통계권을 중심으로 주요 도시와 연계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입지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