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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코스닥 1000시대? 수급에 달렸다

[여의도에서] 코스닥 1000시대? 수급에 달렸다

'코스닥 지수가 더 오를까요?'

주위에서 부쩍 많이 받는 질문이다. 지인들로부터 애널리스트, 기업 IR 담당자까지 만나면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다. 최근 코스닥 지수가 두달 반 만에 900을 다시 회복하니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코스닥 지수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름 아닌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흥행'으로 인한 자금유입 탓이다. '수급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주식 격언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딱딱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한국의 저평가된 기업들을 사자'는 구호로 출시된 '바이코리아' 펀드는 출시 3개월 만에 12조원을 끌어모으며 펀드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년 사이 500에서 1000까지 80% 이상 뛰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적립식 펀드가 출시되면서 '수급의 진가'는 또 나타났다. 지속적 자금유입으로 2007년 7월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 2000 선을 등정했다. 펀드의 힘이 유감 없이 발현된 시기다.

코스피 지수뿐 아니라 수급으로 인해 업종과 기업들의 주가가 오른 경우도 있다. 10년 전 주식시장에서 '차화정'과 '7공주'가 유행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7공주(LG화학·하이닉스·제일모직·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윈·기아차)'를 뜻하는 이 말은 시장 주도주였다.

이들 주도주가 탄생한 것은 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기를 모은 자문형 랩이다. 자문형 랩으로 모인 자금들은 해당 기업들에 유입되면서 사람 이름과 비슷한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수는 물론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끌어낸 셈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도 비슷하다. 코스닥 지수가 두달 반 사이에 800 초반에서 900 선까지 끌어올린 것은 다름아닌 코스닥 벤처펀드의 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지난 5일 출시 후 9일 만에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벤처' '중소형' 이름을 단 펀드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 자금유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신규로 설정된 펀드(공시 대상펀드 기준) 168개 가운데 14개(8.3%)가 코스닥 벤처, 중소형 펀드다. 정부 세제혜택 대상인 7개 코스닥 벤처펀드를 제외하고도 7개 코스닥 펀드가 최근 한 달 사이 새로 선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설정된 391개 펀드 가운데 코스닥 관련 펀드는 단 1개(0.3%)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정반대로 돌아선 셈이다.

앞서 코스피 지수 1000 시대를 연 것이 '바이코리아'였으며 2000 토대를 마련한 것이 적립식 펀드의 힘이었다. 지수 상승의 원천적 힘은 바로 자금유입이었다는 점에서 코스닥 지수의 1000 도전도 무난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