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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美와 직접 대화 나서는 북한에 '좌불안석'

中, 韓美와 직접 대화 나서는 북한에 '좌불안석'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23일 중국 베아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파키스탄 외무부 인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한국 및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60여년간 북한의 대부 역할을 맡아왔던 중국의 동아시아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미국쪽으로 기우는 상황을 가장 걱정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차이나패싱'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동안 고립되어 있던 북한이 다가오는 정상회담들에서 한·미와 가까워지고 안보와 무역 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일만한 '대타협'을 준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은 이달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6월 전후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중국은 일단 북한이 중국을 통하지 않고 60여년간 대치했던 적들과 직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홍콩 링난대학의 장바오후이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주임은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관계, 특히 동북아시아 문제에서 주연 배우가 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위신을 잃는다는 것은 큰 문제인데, 이제 갑자기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관계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NYT는 북한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국경에서 미군을 떨어뜨릴 수 있는 편리한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남북이 느슨하게 통일된 상태에서 미군이 그대로 한국에 주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중국이 가장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장 주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교환하는 형식으로 협상을 타결한다면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롱아일랜드대학 샤 야펑 교수는 "미국과 연결된 민주주의 통일 한국이 지척에 등장하면 공산 중국에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사실 한반도 종전과 평화조약은 중국 역시 1970년대부터 바라던 바였다. 그러나 중국이 평화조약을 지지한 이유는 미군을 쫒아낼 구실을 얻기 위해서였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 연구원은 "평화조약은 중국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에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명분을 없앤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믿었던 북한마저 중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외신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는 북미 대화에서 비핵화 대가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북한 내부에서도 지나친 중국 의존에 경각심을 품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과거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것처럼 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려 든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 문제에서 소외되자 중국 또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5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9년 만에 단독으로 일본을 방문해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며,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을 미국에서 떼어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달 방미 과정에서 관세 면제 등 무역 부문에서 양보를 얻지 못한 점을 들어 중국의 전략이 어느 정도는 현실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