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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디테일에 숨은 악마 잡아라".. 강경화-폼페이오 라인 풀가동

북핵 검증.사찰 변수 차단.. 北 주장과 검증 다를땐 파국
韓.美 외교라인 역할론 커져.. 핵보유국 인정 요구가 관건
北 핵보유 주장땐 대화 꼬여.. 과거 핵까지 폐기될지 관심

[남북정상회담] "디테일에 숨은 악마 잡아라".. 강경화-폼페이오 라인 풀가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갖는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오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 방송사와 언론사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 중단을 천명하면서 북한 비핵화의 신호탄이 켜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핵 검증.사찰 과정에서 빚어질 '디테일의 악마'(북핵 이행과정의 변수)를 잡기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라인을 풀가동한다.

지금까지는 남.북.미 정보라인이 물밑접촉으로 비핵화 등을 논의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검증.사찰이 본격화되면 우리 외교라인이 북한과 주변국 간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북한이 제시한 핵물질과 시설 규모 등이 IAEA의 검증과 차이가 날 경우, 실무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방향타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北-국제사회 교두보로 비핵화 끌어낸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김 위원장과 물밑접촉 등 북·미 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인준안이 23일(현지시간)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번주 중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김 위원장에게 핵사찰 수용을 얻어냈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등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협상은 그를 중심으로 한 외교라인이 총가동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지금까지 핫라인 구축을 위해 정보라인이 정상들 간의 접촉을 이끌어냈다면, 이후 구체적인 협상은 정보라인에서 공식 외교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청와대가 폼페이오의 인준이 끝나면 강 장관의 역할이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차원이다. 실제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의 협의를 통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합의의 핵심적인 요소,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의 절차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서는 이미 김 위원장이 핵사찰을 넘어서 핵폐기 의사를 전달했을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향후 IAEA의 검증.사찰 과정에서 빚어질 의견차이를 좁히기 위해 외교라인을 풀가동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한 소식통은 "기존 핵폐기 동의가 없었다면 북·미 대화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핵사찰은 이미 기정사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간담회와 19일 언론사 대표단 간담회에서도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큰 틀의 합의는 가능하지만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빚어질 각국 간의 이해관계와 변수가 관건이다. '악마'는 비핵화의 완료 시기와 방법, 경제지원의 개시조건과 지원방식 등에서 나올 이견들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언급하는 '핵 보유국' 문제도 이 같은 '악마'에 들어간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과정에서 이 문제가 가장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보유국이냐, 핵폐기냐

문제는 북한의 핵에 대한 시각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다면 북·미 간의 대화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핵폐기의 개념도 북·미 간 서로 다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즉,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등 '미래 핵' 및 현재진행 중인 핵프로그램 등 '현재 핵'을 폐기하되 북한이 이미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핵탄두와 미사일 등 '과거 핵'은 그대로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NPT 하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인도·파키스탄처럼 NPT 체제 밖에서의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해달라는 의미다. 현재 공식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다.


현재 분위기상 폼페이오 내정자가 이미 김 위원장의 핵폐기 약속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핵까지 모두 폐기하겠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진실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도출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빅터 차 석좌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북·미 정상회담의 예고편이 될 거다"며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향후 과정 등도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