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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북한판 엘도라도

'엘도라도'(El Dorado). 금으로 포장된 길에 온몸에 금가루를 바른 사람들이 산다는 전설 속 남미 도시다. 16세기 스페인인들이 이를 믿고 카리브해 연안으로 몰려들었지만 대부분 헛물을 켰다. 기대한 만큼의 황금은 없었으므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들이 주목된다. 요 며칠 광산 및 건설 기계 제조업체들이 주식시장의 특징주로 부각됐다. 일제히 장중 강세를 보이면서다. 몽골에서 자회사가 금 채취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도 상승세였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함께 이뤄질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물론 북한이 남한에 비해 자원이 풍부한 건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금 매장량은 2000t으로 남한(44t)의 약 45배다. 23일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북한 내 주요 광물의 잠재가치는 약 42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소 과소평가한 추정일 수도 있다. 2016년 5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가치가 10조달러(약 1경1700조원)로 한국의 20배에 이른다고 추계했다. 이 중 매장량이 40억t으로 추정되는 마그네사이트는 전 세계 매장량의 50%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한반도판 엘도라도일 순 없다. 수㎞ 지하 막장으로 내려가 캐내야 하는 저품질의 석탄처럼 대부분의 북한산 광물이 가성비가 낮은 게 문제다. 북한은 희토류 광산만 22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채굴뿐 아니라 정제기술 낙후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매장량 세계 2, 3위인 미국과 호주조차 추출 과정에서 엄청난 공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희토류 생산을 보류하다시피 하고 있는 마당이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빈사의 북한 경제가 살아나려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생산요소인 광물자원 개발의 생산성부터 높여야 한다. 핵.미사일로 인한 국제제재를 피해 중국에 헐값으로 광물이나 채굴권을 팔아넘길 게 아니라 남한의 자본과 자원개발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하루속히 비핵화를 결단해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