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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주택연금

연금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로마시대 군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황제는 시민의 재산을 강제로 빌려 이를 종신연금 형태로 지급했다. 정복전쟁이 활발할 때 군인을 우대하려 군인연금도 도입했다. 독일은 현대적 연금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1889년 도입됐으니 130살 됐다.

2014년 일본인의 비참한 노후를 다룬 NHK 프로그램 '노후파산'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은 파산을 넘어 노후지옥에 이를 것이라는 참담한 얘기까지 나왔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노인빈곤율도 가장 높다. 과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3개의 주머니를 차야 한다고 했지만 이젠 주택연금까지 주머니가 하나 더 늘었다.

주택연금은 일종의 역(逆)모기지론이다. 집 살 돈을 빌려주는 모기지론과는 반대다. 역모기지론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집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빌려준다. 이용자가 사망하면 집을 팔아 그동안 수령한 대출금과 이자를 갚고, 남는 돈은 상속자가 받는다. 차액이 없으면 주택금융공사가 손해를 부담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에서는 역사가 오래됐지만 한국은 2007년 도입했다. 농지연금도 비슷한 경우다.

고령층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주택연금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주택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044년까지 최대 7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집값 상승률을 연평균 2.1%로 높게 잡은 게 문제다. KDI는 인구 추계, 경제성장률, 물가를 감안한 집갑 상승률을 2030년까지 연평균 0.66%로 낮춰 잡았다.

예견됐던 일이다. 2016년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자를 늘리려 가입대상 주택과 조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테크 전문가들은 "일찍 가입하면 무조건 이익"이라고 했을 정도다. 정부는 재정부담 우려를 흘려들었다. 정권이나 경제상황이 바뀌면 주택연금 적자는 KDI 추계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게 원칙이다. 있는 돈이라고 마음대로 쓸 돈이 아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에 간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