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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외면 받는 쌀 생산 조정제

벼→타작물 재배땐 보조금, 소득보전 불안감 커지며 목표면적의 74%만 신청

문재인정부가 쌀 공급 과잉 문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쌀 생산 조정제'가 농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의 쌀값 안정대책이 삐걱대면서 지난해 간신히 끌어올린 쌀값이 다시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책의 추진동력도 잃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감한 '2018년도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쌀 생산 조정제)' 신청규모는 3만3000㏊다. 타작목재배 정책사업(약 4000㏊)까지 포함하면 총 3만7000㏊다. 가집계한 수치이긴 하지만 정부가 당초 신청목표로 삼은 5만㏊의 74% 수준이다. 최종 신청 결과는 5월 중순께 확정될 예정이다.

쌀 생산 조정제는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 3년간(2015~2017년) 국내 연평균 쌀 생산량은 417만t으로 적정 수요량인 370만t을 넘어서면서 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신청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듯, 농가들이 쌀 생산 조정제 정책을 외면하고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신청 초기부터 제기됐다. 사업 참여 신청기한은 2월 말이었는데 신청이 저조하자 지난 20일로 연장하기도 했다. 벼농사 대신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고, 벼 수확만큼 소득보전을 장담할 수 어렵다는 불안감 등이 신청을 주저한 이유로 꼽힌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사업 참여 농가가 생산한 콩(계획면적 1만5000㏊)을 전량 수매(5만5000t)하고, 수매단가도 ㎏당 4100원에서 4200원으로 추가로 인상하는 등 유인책을 썼지만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기준 사상 최대물량을 매입해 쌀값을 올렸던 점 역시 '올해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농민들에게 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5일 기준(80㎏) 산지 쌀값은 15만892원에서 12월 5일 15만4968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15일 17만1900원까지 급등했다.


농식품부는 다만, 신청 목표에는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쌀 공급 과잉 문제 해소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까지 가집계된 실적 등을 기준(3만7000㏊)으로 평년작(10a당 529㎏ 생산)을 가정할 경우, 올해 약 20만t의 쌀을 사전에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물량의 56% 수준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