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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상리스크에 금리인상 늦추는 ECB…내년 10월후 유력

트럼프發 무역갈등.유로강세, 수출경제 유로존 '직격탄'
글로벌 시장 불안감 가중..드라기총재 퇴임후 인상 예상

美 통상리스크에 금리인상 늦추는 ECB…내년 10월후 유력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이 당초 전망보다 늦춰질 것이란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하면서 시장 심리가 불안해진 가운데 ECB가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시장은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 무역갈등과 유로 강세 여파로 ECB의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수주일 사이 ECB의 금리인상 전망 시기를 늦춰잡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현재 마이너스(-)0.4%인 기준금리를 이르면 올해 안에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제 대부분은 그 시기를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은 ECB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하반기, 그것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물러나는 내년 10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는 다른 경제 상황이 ECB의 금리인상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복병은 트럼프가 집권 후 밀어붙이고 있는 통상 강경책이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자국 이익 수호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의 보호주의는 전세계 시장의 무역전쟁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기 회복 동력이 수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통상갈등 고조는 ECB 금리인상이 타당할만큼 유로존이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유로존은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경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0%, 일본은 16%, 미국은 12% 정도를 수출하지만 유로존은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이른다.

드라기 총재와 함께 ECB내 대표적 온건파인 프랑수아 빌러로이 드 갈로 프랑스중앙은행(BDF) 총재는 이날 런던에서 무역전쟁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주의 위협이 높아져 전세계 곳곳의 성장을 해칠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면서 "최근 불확실성은 아마도 이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갈로 총재는 ECB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이사회에서 표결권을 갖고 있다.

앞서 드라기 총재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보호주의 부상이 이미 기업.소비자 심리를 해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부총재 출신인 스위스 EF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걸락은 "통상갈등은 유로존, 특히 여러 면에서 이 지역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독일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갈등, 무역전쟁 우려는 23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트럼프를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27일 트럼프를 만날 예정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이번 방미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

지난주 브루노 르마레 프랑스 경제장관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우리 머리 위에 걸려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모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라쿠사의 독재왕으로 부귀영화를 누렸다.
다모클레스의 검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와중에도 늘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 ECB는 25~26일 정책이사회를 연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ECB가 경기전망을 후퇴하고, 무역전쟁 위기 고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