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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金 정상회담, 北 비핵화가 성패 가른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출발점.. 알맹이 없는 수사 경계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향한 여정의 출발선이 될 역사적 대좌다. 남북이 6.25 종전선언이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 철수 등 긴장완화 방안에 합의하다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다만 이런 세부 합의가 이행 과정에서 막히지 않으려면 북한의 비핵화라는 큰 물꼬부터 터야 함은 불문가지다. 우리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 평화와 공동번영의 대도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북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낙관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신뢰하기 어려운 미심쩍은 태도를 보여온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문제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 기왕의 합의를 저버린 사실뿐만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사전조율 과정에서 북측이 비핵화 합의를 포함시키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 것은 뭘 뜻하나.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으로 핵.미사일을 폐기할 결심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회견에서 "핵무기를 없애는 게 비핵화"라고 못 박았다. 북측에 CVID식 핵.미사일 폐기를 요구한 것이다. 특히 그는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는 북측이 미.북 제네바합의나 6자회담을 통한 9.19 공동성명 이후 몰래 핵개발을 계속한 전철을 답습하는 것을 용납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에게 핵동결 카드로 대북제재 완화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더욱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는 해리 해리스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매파 3각 편대' 진용을 짠 것이다. 비핵화를 밀어붙이되 여의치 않으면 대북 군사적 옵션도 불사하겠다는 포석을 드러낸 형국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한반도 평화라는 레토릭에만 얽매여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하향 조정해선 안 될 것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스스로 비핵화를 천명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존중하겠다는 언급은 몰라도 먼저 대북제재를 풀겠다고 약속할 이유는 없다.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수 선행조건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추호의 빈틈도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