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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금이 주한미군 철수를 말할 때인가

靑 경고받은 문정인 특보 내용과 시기 모두 부적절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다. 그가 지난달 30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채택된 뒤에는 한국에서 그들(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해 일으킨 평지풍파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할 시점에 괜한 혼선이 빚어져 여간 안타깝지 않다.

우리는 문 특보의 주장이 내용과 시기 양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6.25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건 사실이다. 다만 이는 평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남북은 지난 1992년 상호불가침협정을 포함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이런 문서들은 휴지조각이 됐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등 숱한 도발과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하면서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주한미군이 존재해야 할 역설적 근거다.

그러지 않아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새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주한미군 철수방안을 고려했다가 내부 논의 끝에 철회했다는, 미 NBC 방송의 며칠 전 보도를 보라. 백악관이 이를 부인하긴 했다. 그러나 얼마 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주한미군 문제를 북한과도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래서 문 특보의 주장은 시기상으로도 악수(惡手)다. 한.미 동맹의 초석인 주한미군 문제를 북.미 협상에서 북이 사용할 칩으로 내던진 격이어서다.

미.북 정상회담이 코앞이다. 차제에 한반도에서 북핵이란 대재앙의 불씨를 말끔히 꺼뜨리지 못하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시시때때로 북의 핵위협에 시달린다면 5000만 국민이 그야말로 '위장평화' 속에서 살아야 한다. 북이 미국의 핵우산 제거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할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문 특보 등 현 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로 남.북.미 간 논의의 물꼬가 변질되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