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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산분리는 쏙 뺀 금융 규제완화

정부 인터넷은행 추가 검토.. 30년 된 규제가 핀테크 발목

금융위원회가 2일 금융업 진입규제를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허용을 적극 검토하고 보험과 금융투자업의 진입규제를 대폭 푼다는 게 골자다. 이르면 연말께 제3 인터넷은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융업 진입규제를 전반적으로 손보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긍정적인 이유는 '메기 효과'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예금 이자는 더 주고 대출이자는 적게 받는다. 수수료를 내리고 365일 24시간 영업한다. 고객들은 환호했다. 그 결과 두 은행은 600만명 가까운 고객을 확보했다. 여.수신 규모도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정부가 경쟁을 활성화하자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는 놔둔 채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1000억원, 케이뱅크는 8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수익을 내려면 자본금을 늘려 영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은산분리 족쇄에 발목이 잡혔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로 묶어 놨다. 인터넷은행은 이를 34∼50% 늘리는 것을 전제로 출발했지만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돈줄이 막혔다. 국제기준 재무건전성 맞추기에도 급하다. 인터넷은행을 이끄는 카카오와 KT는 10%를 꽉 채운 상태다. 다른 주주들의 동의가 없으면 돈을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 금융과 IT를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IT 기업의 투자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인터넷은행을 기존 은행과 같은 잣대로 규제했다. 영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네거티브 규제와 경쟁 활성화로 핀테크(금융+기술) 강국이 됐다. 영국은 2010년 150년 만에 메트로은행에 허가장을 내줬다. 그 뒤 매년 2~6개씩 30개의 은행을 허가했다. 2015년엔 핀테크 분야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한국은 디지털뱅킹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지만 은산분리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탓에 핀테크산업이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옳은 지적이다. 은산분리 규제는 30년 된 낡은 규제다. 정부가 제3의 인터넷은행 허가로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맞는 방향이지만 지금은 케케묵은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