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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바이오가 美 나스닥으로 갔더라면

뒤늦게 분식회계 논란 코스피 선택했다 곤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놓고 논란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회계조작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실이라면 큰 범죄다. 삼성 측은 펄쩍 뛴다.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할 때 금감원은 OK 도장을 찍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회계는 복잡한 전문가 영역이다. 따라서 이 문제가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선 안 된다. 1차로 금감원이 최종 결론을 내기 전에 삼성 측 의견을 충분히 듣기 바란다.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행정소송을 통해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먼저 금융당국의 이중잣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을 공개할 땐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회계투명성 점검은 기초다. 당시 금감원은 공인회계사협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감리를 실시했고,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에 나섰다. 그 배경엔 국회의 요구, 더 크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있다. 그로부터 1년1개월 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실로 엄청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제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삼성으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원래 삼성은 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할 뜻이 없었다. 미래 성장성과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기술주를 우대하는 미국 나스닥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당국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지난해 2월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답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지만, 우량기업 상장을 유도하고자 한국거래소가 수차례 (코스피 상장을) 권유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려고 상장규정을 고쳤다"고 말했다. 삼성 역시 특혜상장 의혹에 대해 "코스피의 지속적인 권유와 여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코스피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힘을 쏟는 분야다. 지금 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7위 기업으로 컸다. 셀트리온과 함께 장차 '바이오 강국 코리아'를 이끌 쌍두마차다. 삼성이 출범 초 몇 년 적자를 못 견뎌 회계를 조작할 만큼 재력이 약한 기업도 아니다. 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는 삼성물산(43.44%), 2대 주주는 삼성전자(31.49%)다.
이런 기업을 분식회계범으로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기업 활동을 짓누르는 정책이 줄을 잇는다. 이러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떠맡을 유망 기업들이 속속 "차라리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방향을 틀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