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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7] ‘완전한’ 대신 ‘영구적’..비핵화 쐐기 박은 폼페이오

CVID 대신 PVID 표현 써 핵시설까지 사용불능 강조 
訪北 왕이 "北의 노력 지지" 일각선 北 비핵화 회의론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기존의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 비핵화)'가 아닌 'PVID(영구적이며 불가역적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 이달 중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CVID가 아닌 PVID로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 등이 지난달 말 이미 북측을 방문해 북한의 CVID 수용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언급에 이어 중국 측도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나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표현대로 CVID보다 나아간 PVID가 명시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CVID와 PVID가 큰 차이가 없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영구적 비핵화'로 바꾼 것으로, 수많은 곳에 배치된 고농축 우라늄 등이 먼 미래에도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라는 말이다.

■폼페이오 "영구적 비핵화" 강조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2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 "이젠 이 문제(북핵)를 해결해야 할 때"라면서 "우린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를 '영구적이고 검정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는(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지난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래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 이른바 CVID를 북핵 해법의 원칙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에선 CVID의 'C'가 'P'로 바뀐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CVID의 'D'를 '비핵화'(denuclearization)로 쓰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날 취임식에선 '기계.구조물을 분해.해체한다'는 뜻의 '폐기'(dismantle)로 표현했다.

이런 표현 변화는 북한의 계속된 '비핵화' 언급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등이 의심되면서 아예 '영구적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핵개발 동결이나 핵무기 감축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곳에 퍼져 있는 고농축 우라늄 등을 사찰로 모두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런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쐐기를 박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즉 북한이 현재까지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핵물질은 물론 핵개발에 전용할 수 있는 시설.물자 일체를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CVID와 PVID 큰 차이 없다"

우리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의미를 분석하면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고강도 표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PVID에 대해 "기본적으로 CVID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PVID라는 표현이 CVID라는 표현을 대체하는지에 대해선 명확지 않다"며 "PVID가 한.미 간에 사전협의가 이뤄진 표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도 "complete를 활용할 때 '더 완벽한'의 의미로 'more complete'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CVID 자체가 강도 높은 비핵화의 표현인데 향후 미래 핵물질과 핵기술자 등을 감안했을 때를 생각해 '영구적'이라는 의미로 'permanent'라는 단어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나타내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가 명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