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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금감원장 윤석헌, 정치색부터 지우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새 금융감독원장에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70)를 임명 제청했다. 윤 내정자는 개혁 성향이 강한 금융 경제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윤 교수는 금융위 아래 설치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지난해 말 혁신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를 기초로 로드맵을 짰다. 로드맵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곳이 바로 금감원이다. 요컨대 윤 교수는 전략참모에서 야전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지난달 중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관료 출신을 골랐다. 사실 민간인 원장 기용은 두 번 연속 실패했다. 민간 금융인 출신인 최흥식 원장은 채용비리에 얽혀 물러났다.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김기식 원장은 의원 시절 의혹에 스스로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세 번째 실험에 도전했다.

교수 출신 기관장은 장점이 있다. 내부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제 뜻을 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윤 교수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부 출신은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수 시각에서 보는 금융과 감독당국자의 눈으로 보는 금융은 다르다. 금감원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이다. 윤 교수가 1900명 거대조직을 어떻게 통솔할지는 숙제다.

개혁에 힘을 쏟는 건 좋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정치색을 띠어선 곤란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라. 금감원이 정권에 코드를 맞추면 개혁은커녕 개악이 된다. 외국 금융감독 기구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활동한다. 그래도 존재감은 뚜렷하다. 조용히 제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린 금융감독이 너무 시끄럽다. 조용한 개혁을 윤 내정자에게 당부한다.

최흥식 전 원장이 남긴 교훈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국이 민간 은행의 경영진 인사를 좌우하는 건 옛날 얘기다. 이젠 시장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고래 심줄처럼 질긴 관치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1순위 개혁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한 혁신기술은 지켜보는 게 옳다. 은산분리 규제에 대해서도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소한 인터넷은행만큼은 지금보다 활동 폭을 넓혀주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