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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동생산성 하위권, 유연한 노동이 해법

OECD 22개국중 17위.. 文정부 노동개혁 외면

지난해 한국 노동생산성이 큰 폭으로 올랐다. 6일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전산업 시간당 노동생산성지수는 104.1로 전년보다 3.2% 높아졌다. 특히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108.3으로 전년 대비 5.8% 상승했다. 2010년 7.2% 상승한 이래 7년 만의 최대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반길 일만은 아니다. 노동생산성 증가가 공정 개선이나 기술 혁신보다는 고용 부진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은 부가가치를 노동투입(근로자 수×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노동투입은 1.4% 감소한 반면 부가가치는 4.4% 늘었다. 특히 기타운송장비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투입이 23.4% 급감하고 부가가치가 8.2% 하락했는데도, 노동생산성은 19.8% 개선됐다. 4년만에 최대 폭으로 개선된 서비스업도 금융권 구조조정 영향을 톡톡히 봤다.

노동생산성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크게 뒤처진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34.3달러로, 통계가 나온 OECD 회원국 22개 중 17위다. 1위인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고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2016년에도 OECD 46개국 중 32위였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유독 시간당 생산 순위만 뒤처진 셈이다.

일자리정부에서 일자리가 줄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취업난을 걱정하면서 그걸 더 악화시키는 처방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성과연봉제 폐지 등 노동생산성을 갉아먹는 정책을 잇따라 쏟아낸다. 이래서는 노동부문 경쟁력이 나아질 리 없다.

오는 7월부터 줄어드는 근로시간도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생산성 제고 없이 근로시간만 줄면 기업.근로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근로자는 월급이 줄어 삶의 질이 나빠지고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져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는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이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이런 비판은 매년 되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작년 말 한국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 개혁에서 답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기업 현장의 요구를 귀담아듣고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등 정책의 부작용을 재점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