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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주년]'해빙의 봄'은 극적으로 왔지만, '개혁의 시간'은 더디게 진행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해빙의 봄'은 극적으로 전개됐지만 경제·사법분야에 대한 '개혁의 시간'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각계 원로 및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우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소위 '한반도 운전자론'은 일단 '합격점'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발표 당시만 해도 과거 정치적 선언들의 복사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11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렸을 땐 누구도 쉽사리 이같은 극적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수십년간 북핵리스크를 등에 업고 한국시장에 투자해 온 미국 월가의 큰 손들도 "이번엔 다르다"며 고개를 가로지을 정도였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와 남북선수단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한 김여정 특사의 방남과 대북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 이르는 여정은 고도의 전략과 신념의 시간이었다. 베를린 구상부터 판문점 선언에 이르는 약 9개월은 사실상 전인미답의 길이었다.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는 김정은 정권과 여차하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 그에 동조한 아베 정권, 사드 보복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시진핑 정권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데엔 전략과 의지가 필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적인 목표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신뢰를 얻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대화를 원하는 북한과 마주했고, 그 다음으로는 핵협상과 평화협정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를 만나게 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게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 스스로 추동하려면 먼저, 대통령 본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확고한 생각과 의지가 있어야 하고,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들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며, 북한의 호응과 나아가 미국 등 주변국들의 지원이라는 4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격세지감'이라고 느낄 정도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극적 반전은 대통령 지지율 83%(한국갤럽 4일 발표,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차 지지율 중 최고 수준이다. 노태우(1989년) 45%, 김영삼(1994년) 55%, 김대중(1999년) 60%, 노무현(2004년) 25%, 이명박(2009년) 34%, 박근혜(2014년) 56%였다.

반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교육·사법 등의 개혁작업은 '미완' 그 자체였다. 대북정책 성과에 연호하는 동안 이들 분야의 지표들은 후퇴하거나 제자리 걸음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을 상대하는 일보다 한국경제 수술이 더 어려웠다는 얘기다.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하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일자리 성적표는 점점 후퇴했다. 지난 3월 전체 실업률은 4.5%로, 3월 기준 2001년(5.1%)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6%로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참패였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실험을 추진했지만 목표의 정당성이 결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경제 등 세계경제 호조에 실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대 '깜짝 성장'을 달성했지만 내수가 받혀주지 않는 수출주도형 외끌이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박진근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우선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고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고용이나 소득, 분배에서 나온 부정적 결과는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기조의 전환과 실행에 긴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과거 참여정부 당시 이루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검찰개혁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가시권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