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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이벤트서 日언론, 전문가 배제 까닭은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폐쇄 행사에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여 중국·러시아·미국·영국·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밝혔다. 행사 초청자 명단에 일본 언론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사무국 등 핵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엔 북한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저팬 패싱'(일본 배제)다. 한·미·중·러에 심지어 영국 기자단까지 포함시킨 명단에 '일본 언론'만 쏙 뺀 건 일본이 최근 대화보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논리를 편온 데 대한 불만 표시이자 북·일 대화 재개에 앞서 몸 값 키우기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암담한 자기 신세나 돌이켜보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유독 일본만이 심사가 꼬여 독설을 내뱉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적극 제기하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북한에 대가를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과거 6자회담 당시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20만t을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일본의 '엔화 외교'를 기대했던 참가국들로선 당혹스러운 대목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조차 북핵협상에 굳이 일본을 넣어줄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의 일본 언론 배제는 북일간 대화의 문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적 배제'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 배제' 역시 의도적 배제로 비친다. 지난달 29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해 전문가 초청이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전하며 "핵실험장 폐쇄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전문가 배제는 본격적인 북핵협상에 앞서 북한의 핵능력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란 시각이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이 핵실험과 관련된 시료를 채취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북미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검증절차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사무국 등 전문가 참관시 북미 담판 전 사실상의 비핵화 검증 단계가 개시되기 때문에 속도조절 목적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