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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전 또 적자.. 결국 납세자 주머니 턴다

탈원전으로 발전단가 올라.. 전기료 뛴 일본이 반면교사

한국전력이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한전은 올해 1.4분기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 1조원이 넘는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한전은 작년 4.4분기에도 1294억원 적자를 봤다. 2분기 연속 적자는 5년6개월 만이다.

적자 원인은 탈원전정책 영향이 크다. 비용이 적게 드는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린 탓이다. 최근 17년 동안 원전 가동률은 연평균 80%가 넘지만 지난 1월에는 58%까지 떨어졌다. 그 여파로 1~3월 한전 발전비용은 1년 전보다 2조원(27%) 넘게 늘었다. 통상 원전 가동률이 1% 떨어지면 한전 연간 영업이익은 2000억원가량 줄어든다.

예견된 일이다. 2011년 3월 대지진 이후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한 일본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가 30여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일본은 원전 비중을 20%대로 늘리는 방향으로 국가에너지계획을 고쳤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등 중동 정세불안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정책이 계속되면 한전 실적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문재인정부는 작년 탈원전정책을 추진하면서 5년 동안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한전은 2008년부터 5년간 10조원 가까이 적자를 낸 뒤 2013년 흑자로 돌아섰는데 당시 전기요금을 두 차례나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일본도 2011년 원전을 세운 뒤부터 5년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19%, 산업용은 29%나 올랐다.

물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전은 적자가 쌓이면 버틸 재간이 없다. 결국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정부가 벌써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제품 값에 이자까지 붙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물론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속도다. 올 초 국회 토론회에서 나온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연구원의 "탈원전 때문에 2011년 대정전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최근 훈풍을 타는 남북 관계도 변수다.
북한의 전력난은 최악이다. 과연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3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20년 앞을 내다보고 5년마다 짜는 계획답게 에너지 수급, 발전비용, 북한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