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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전문가들 "판돈 올리려는 북 전형적인 패턴"

미 언론-전문가들 "판돈 올리려는 북 전형적인 패턴"
AP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데 이어 다음달 12일로 잡힌 북미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데 대해 미국 언론 및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깰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오랫동안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기는 힘들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북한이 미국측에 일방적인 핵포기 주장과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발언을 멈추라고 주장하면서 다음달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빠르게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 북미정상회담 재고 의사를 밝힌 것은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나가버리겠다고 위협해 협상의 판돈을 올리는 북한의 전형적인 패턴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의 편집장 앤킷 팬더는 트위터에 북한의 움직임을 '벼랑끝 전술'에 비유하며 "북한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지 시험해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FAS의 한국 전문가 애덤 마운트는 "북한은 협상의 조건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즉각적인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는 대신 미국 및 동맹국들의 안보를 개선하는 안을 북한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판을) 떠날 것인지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의 랠프 코사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 역시 CNN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을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이 아닌 상대적으로 약한 협상 파트너로 취급하는 발언들이 나온데 대해 북한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압박을 가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왔다고 주장해 북한이 뒤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리스크의 편집장인 올리비아 호덤 역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과 북한 핵물질을 반출하는 문제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가 이미 다 된 협상인 것처럼 행동해왔다"며 "북한은 비핵화가 손쉬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자신이 강경하게 나갈 수 있음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발표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 또한 북한의 '엄포놓기'일 수 있으며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랜드 폴 의원(켄터키주)은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여전히 낙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