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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 폐지 요구에도 여가부 유지 고집

대안으로 자율적 게임이용시간 선택제 등 제시

지난 2011년 제정돼 시행 7년을 맞은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현행 제도 유지를 고집하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가부가 현행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학부모 시간 선택제'도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에따라 학계에선 자율적 게임이용시간 선택제와 청소년 또는 학부모 요청이 있을 경우 이용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의 병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시행 7년, 진단 및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선 게임 셧다운제의 정책적 효과가 낮고 청소년의 건강과 권리를 위해 셧다운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7년간 셧다운제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했지만 우리가 바라는 적절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며 △자율적 게임이용시간 선택제와 △청소년 또는 학부모 요청이 있을 경우 이용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의 병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심야시간대(밤 12시~새벽 6시)에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과몰입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증거가 부재하다"면서 "게임이 지닌 산업적, 문화적, 교육적 측면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체부가 낸 청소년보호법의 대안에서 조금 더 발전적인 안이다.

문체부는 게임 셧다운제를 유지하면서 친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게임 이용을 허용하는 '학부모 시간 선택제' 관련 법안을 냈지만 여가부의 반대로 계류된 상태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셧다운제를 당장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서조항을 달아 유지하고 게임 이용을 궁극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게임을 선악을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언급하기 전에 학생이 처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청소년이 하고 싶은 여가활동 4위는 게임이지만 실제 여가생활 1위는 게임일 정도로 괴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제가 당초 입법 취지인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이 밤에 잠을 잘 못자는 가장 큰 이유는 낮에 햇빛을 못 보고 공부만 하는 현실 때문"이라며 "또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를 야식, 게임 등으로 풀고 있는데 이는 셧다운제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게임 셧다운제가 입법 과정에서도 각 부처와 각계의 입장을 조유하면서 탄생한 최소한의 제도로 이를 현재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과장은 "콘텐츠진흥원 조사를 보면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심각한 것 같고, 규제 제도는 국민 여론을 앞서갈 수 없다"면서 "이 제도를 더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게임 과몰입 문제는 어느 한 부처가 아니라 교육부, 여가부, 문화부 등 각 부처의 고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도 "자율성이라는 도덕 관념에만 기대 제도를 변경하기엔 조심스럽다"면서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청소년 수면시간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주중 25분, 주말 14분을 증가하는 등 예방효과도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