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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항공산업, 개방과 경쟁으로 가야

[fn논단] 항공산업, 개방과 경쟁으로 가야

대한항공 오너 가족에 의한 갑질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갑질 행태에 대한 공분과 함께, 내부 구성원 인권침해 사례가 밝혀지면서 오너 퇴진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오너 가족에 의한 갑질 행태가 기업경영과 항공산업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오너 경영은 장점과 문제점이 뚜렷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1973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취항을 시작으로 급속 성장한 우리 항공산업 뒤에는 오너 경영을 하는 두 개의 대형국적사가 있었다. 장기안목의 과감한 투자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오너 경영의 장점이 발휘되었다. 이러한 장점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 연구결과에 의하면 오너 경영이 일정 수준을 넘어 외부로부터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폐쇄적 지배구조로 일관하면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병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가족이기주의에 의한 사익추구와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과 같은 문제들이 경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항공시장은 사상 최고 호황기를 구가하며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가진 새로운 항공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국적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성과에 만족한 채 국내 독과점 구조에 안주해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내 서비스와 4~9%대의 영업이익률 등을 자랑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세계 항공시장은 더욱 확장하고 있으며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자리도 많다. 세계 항공산업은 개방과 자유화 추세에 힘입어 지난 5년간 평균 6.2%의 고성장을 기록하였다. 영업이익률에서도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 등 메이저 항공사의 경우 15~16%, 에어아시아와 라이언에어 등 세계적 저비용항공사는 31%와 23%를 각각 기록함으로써 우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규모가 커지고 혁신적 사업모델이 속속 등장하는 경쟁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경영으로도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시장의 독과점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도 국내 8개 항공사 전체 매출액 21조원 중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계열 그룹의 매출이 전체 90%를 점유했다. 이러한 독과점 구조는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산업지배 기업들의 치밀한 로비경영을 의심하게 할 정도이다. 현재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은 40여년 전 기조인 '공급과잉 방지와 경쟁제한'에 방점이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세계 항공시장을 향한 혁신적 사업모델 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너 가족의 갑질 경영을 도와줄 가능성이 더 크다.

이제는 정부정책 기조도 '개방과 경쟁적 협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항공산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혁신적 기업들의 신규 진입을 늘려서 세계 시장을 상대로 과감히 도전하는 대표적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작년도 우리 해외여행객은 2,650만 명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일본은 약 1,700만 명 수준에 그침). 여기에 중장거리 노선은 잠재력이 큰 미개척 분야이다. 또한 무역대국인 우리나라로서 항공운송 시장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세계 수출입화물에서 항공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동량 기준으로 1%에 불과하지만 금액기준으로는 35%에 달한다.


최근 북한은 국제항공기구에 평양 항로개방을 요청했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사태가 항공산업 전체가 혁신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