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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엇박자 文 운전대 다시 잡는다]北美 기싸움 진화 나선 靑 "北도 美도 역지사지해야"

한미·남북 간 각급 채널 활용해 소통 강화

[北美 엇박자 文 운전대 다시 잡는다]北美 기싸움 진화 나선 靑 "北도 美도 역지사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북·미 간 기싸움 진화에 적극 나섰다. 키워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도 미국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법으로 강조했던 '역지사지 외교'를 북·미 갈등에도 적용해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남북 간 각급 채널을 총동원해 상호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성명을 내놓은 직후 신중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다른 적극적인 태도다. 북·미 간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수습하겠다는 조치로 읽힌다.

청와대는 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매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회의였으나 북한의 일방적인 회담 연기 통보와 그에 따른 북·미 간 미묘한 균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 성격이 강했다.

쟁점은 단연 북·미간 기류였다. NSC는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한미·남북 간 입장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미국이 뭔가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남북 간 입장 조율을 강조한 데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라고 부연했다.

이날 정의용 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한 것도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행보다. 정 실장은 통화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을 통한 대북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의중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북·미 간 비핵화 의견차가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중간에서 양측의 의견과 우려를 잘 전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기자에게 "그동안 미국, 북한과 충분히 대화해온 만큼 우리가 얻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북·미대화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에 대해선 "다양한 접촉 창구가 있으니 굳이 정상간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하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하기로 했으며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참관, 6·15 공동행사 준비 등을 판문점 선언 합의 정신에 따라 차질없이 이행키로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