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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엇갈린 前국정원장·기조실장 진술.."지시했다vs안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였던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 전 원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에 여론조사 비용을 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 이헌수가 5억원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총 21억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이 자신에게 배정된 특활비 중 5억원을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실에 여론조사 비용으로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기환 전 수석을 중심으로 정무수석실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친박계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16년 8월 이 전 실장이 찾아와 '정무수석실이 10억4000만원을 교부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5억원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보고해왔고, 이를 수용했다는 게 이 전 원장의 진술이다.

이 전 원장은 이 비용이 총선과 관련된 여론조사 비용인 지 알았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보고시간이 1~2분이었고, 이 전 실장이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얘기를 했는 지도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왜 10억이나 필요한 지 물어보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사실상 특활비는 기조실장이 운영해 그것이 얼마 남았고 운영됐는지 관심없어 알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 전 실장이 와서 '5억 정도면 될 것 같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 실무책임자가 말하니 그런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 전 실장은 증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교부해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전했다고 했다"고 언급하자 이 전 원장은 "본인 입장에 유리한 상황으로 말하는 것 같은 데 그런 기억이 없다. 서로 상충된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사 관련 경비 산출내용이 담긴 A4용지를 바탕으로 설명했었다는 이 전 실장의 과거 진술에 대해서도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용처를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실장의 증언은 달랐다.

이 전 실장은 이 전 원장에게 정무수석실이 여론조사 관련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과 관련 경비 산출내용이 담긴 쪽지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 전 원장이 '5억원을 지급해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양 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이유는 각자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 이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전 예산관은 "청와대가 국정원에 긴급한 사업이 발생할 때 예산을 지원받아서 쓰는 관행이 있었다"면서도 "입사초기인 92~93년도에 들었지만 실제로 본적은 한번도 없다"고 진술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