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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세 경영 시동 건 LG, 어깨가 무겁다

40세 구광모 상무가 주인공.. 도덕성·자질에 모범 보이길

LG그룹이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룹 지주사인 ㈜LG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구 상무는 ㈜LG 이사회에 정식멤버로 참여한다. ㈜LG 이사회는 그룹을 이끄는 총사령부다. 구 상무는 올해 40세로 구본무 LG그룹 회장(73)의 외아들이다. 창업자인 구인회, 2세 구자경, 3세 구본무에 이어 4세 경영자다. 한국 4대 재벌(삼성·현대차·LG·SK) 가운데 4세 경영은 LG가 처음이다.

구본무 회장이 당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구 회장은 여전히 ㈜LG 대표이사 회장직과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다만 구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구광모 상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LG그룹 측은 구 상무의 '등판'에 대해 "그룹의 후계 구도를 사전에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는 민감한 시기 전면에 등장했다. 무엇보다 LG그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급하다. 한때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까지 반도체 사업을 강제로 빼앗긴 핑계를 댈 순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외부 경영환경도 거칠다. 문재인정부는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상법도 바꾸고 공정거래법도 뜯어고치려 한다. LG는 지배구조의 모범생이란 칭찬을 듣지만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승계를 보는 눈이 매섭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7년 대선 전에 쓴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란 보고서에서 "한마디로 재벌 체제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재벌 3세는 도전정신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재벌가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또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3세도 아니고 4세다. 한국 경제에서 재벌 4세 경영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 상무가 도덕성과 경영능력 면에서 모범을 보이길 기대한다. 겸손한 자세와 뛰어난 자질로 그룹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면 승계 논란은 자연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