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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중재외교 시험대]南北 경색국면 풀고, 美 비핵화 강경론 조율할까

이번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여부, 한미정상회담이 고비


[文 중재외교 시험대]南北 경색국면 풀고, 美 비핵화 강경론 조율할까
38노스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워싱턴 AP=연합뉴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여부·집단탈북 여종업원 기획 논란·맥스선더훈련·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 국회 발언 등 불협화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측은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시키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관련 남측 취재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는 등 경색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남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 뿐아니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초강경파들의 비핵화 압박을 완화시키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 2명이 19일 새벽 서해상에서 목선을 타고 귀순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이다.

남북 교착상태가 내달 12일로 열린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영향을 미칠까 촉각이 곤두서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또 한번 빛을 발할지 관심이다.

■이번주 남북 교착상태 해소 시험대
20일 정부와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이번주 22일 한미정상회담과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공개 여부 등이 남북·북미 관계 개선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단 북측은 집단탈북 여종업원 기획 논란·맥스선더훈련·태 전 주영국 북한공사 등을 거론하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측을 자극하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이번에 그동안 담아뒀던 문제들을 일제히 거론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0일 정상통화·22일 한미정상회담을 이어가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가동하고 나섰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우리 정부에 겁도 주고 미국이 너무 과한 요구를 하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북측이 모처럼 핵폐기를 거론한 상태인만틈 우리는 최선을 다해 남북대화에 임해야 하지만, 안보장치를 약화시켜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여부 '고비'
북측의 움직임은 판을 깨기 보다는 미국 초강경파들의 비핵화 관련 공세를 완화하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보여진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 관측용 전망대가 설치되는 등 폐기 준비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38노스는 지난 15일 위성사진을 보면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4줄에 걸친 목재 더미의 높이가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했다. 이같은 목재 더미는 장애물이 없는 언덕 위에 위치해 각국 취재단들이 북·서·남쪽 갱도 폭파 장면을 안전하게 볼 전망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언덕으로 오르는 비포장 도로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북측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중대한 조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측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0일 '똑똑히 명심해야 한다' 제하의 글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판문점선언 정신에 따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주동적으로 취하는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밝혔다.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실무대책을 세우고 주변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대화를 적극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측은 남측 취재단의 명단을 지난 18일 이후 아직 접수하지 않고 있다.

남측 취재단은 국내 원자력병원에서 사전검사를 받고, 2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대기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에 현장 상황과 취재 절차, 안전 문제 등을 문의했지만 일체 답이 없는 상황이다.

■文 대통령 중재외교 관심
북측은 2016년 중국 류경식당 기획 탈북 의혹 논란에 따라 북한 여종업원들을 송환하고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의 문답형식 보도에서 "강제 유인 납치된 우리 여성 공민들을 즉각 송환할 것"이라며 "박근혜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당국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우리측 당국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앙통신은 "판문점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기전에 남조선당국이 취하는 태도는 유감을 넘어 실망"이라며 "(이는) 북남 사이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9일 북측 40대 남성 2명이 소형 배를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했다. 북측이 이 문제도 거론할 경우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주의 중 선택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미회담의 협상력을 유지를 위해 귀순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방미를 통해 미국 비핵화 강경노선과 북측의 반발을 중재할 중요 임무를 맡게됐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운전자론이 재부각되면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