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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채용시험에 '헌법' 들어가고 '법 과목' 필수 검토

경찰관 채용시험 개편 추진.. 인권의식·법지식 함양 중점
전문가 의견 종합적 반영.. 연내 개편안 최종 확정

경찰이 인권의식 및 법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뽑기 위해 경찰관 채용시험 개편을 추진한다. 필기시험에 헌법을 포함시키고 선택과목으로 분류됐던 형법이나 형사소송법(형소법) 등 법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 채용시험 개편안 확정, 2020년부터 적용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필기시험 과목 변경을 골자로 하는 경찰관 채용시험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순경 공개채용 필기시험에 헌법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이후 간부후보생, 경력 채용시험에도 헌법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올해 개편안을 확정, 1년간 유예기간을 가진 뒤 2020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헌법을 채용시험 과목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경찰관 인권 감수성 제고를 위해서다. 최근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각종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대내외에서는 국민 인권 보장을 위해 헌법 교육이 필수라는 지적이 있었다. 일선 현장에서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헌법 정신에 맞게 공권력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인권을 대표할 수 있는 헌법을 경찰관 채용시험에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직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기본교육도 인권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등 직원들의 인권의식 내재화를 위한 교육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용시험 개편에는 헌법 뿐만 아니라 다른 법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순경 필기시험은 총 5과목을 치르며, 과목당 20문제씩 총 100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사와 영어가 필수과목이며, 형법, 형소법, 경찰학개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중 3과목을 선택과목으로 고를 수 있다.

■"시험과목 변경만으론 한계"

선택과목은 MB정부에서 고졸 이상의 경찰관 채용 기회 확대 차원에서 전격 도입됐다. 지난 2014년 처음 실시된 후 5년째 시행 중인데 형법이나 형소법을 공부하지 않고도 합격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면서 치안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의 법지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선택과목 도입 이전 필기시험은 경찰학개론, 수사1 , 영어, 형법, 형소법 등 5개 과목을 필수적으로 치러야 했다.

다만 경찰은 어떤 법을 시험과목에 추가할지, 어떤 법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할지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형법과 형소법을 하나로 묶어서 '형사법'을 필수과목으로 넣는 안, 행정학을 추가하는 안,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바꾸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법 과목이 필요하다는 데는 기본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의견도 종합적으로 듣고 있는데 가능한 올해 내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단지 필기시험에 법 과목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 경찰관의 인권의식 및 법지식을 제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갖춘 경찰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암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헌법 교육은 긍정적이지만 단지 20문제를 푸는 시험공부를 한다고 인권의식이 보장되겠냐"며 "경찰은 우리 사회 현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데, 법률적 지식만 안다고 유능한 경찰이 아니다.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찰시험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시류에 편승해서 일부 과목을 끼워 넣으려는 것 아닌가는 의문이 든다"며 "채용 이후 경찰 교육기관에서 일정 성적이 돼야 졸업시키는 방안 등 정확한 경찰관 직무분석을 통한 인사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