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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급 1만원 속도조절" 김동연이 옳다

고용에 과도한 부담 없도록 경제팀장 리더십 발휘하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틀 연속으로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2020년)를 늦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 목표연도를 인위적으로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할 때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사업주의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가격(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차가 있다"는 말도 했다. 전날(2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목표연도는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매우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를 2020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 연속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업자가 120만명을 넘었고, 청년 체감실업률도 24%까지 높아졌다. 고용 부문이 2008~2009년의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여기에다 투자와 생산, 수출 등 대부분의 지표 흐름이 여의치 않다. 정부는 올해 3%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다시 2%대로 내려앉을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경제에 관한 한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김 부총리는 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시한인 6월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려면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15% 이상 올려야 한다. 지난해 고율 인상의 충격도 극심한데 또다시 고율 인상이 이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김 부총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김 부총리는 영향이 있다고 하고 장하성 정책실장은 영향이 없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진이 상대적으로 전체 경제보다는 대통령 공약 이행에 더 비중을 두는 데서 이런 차이가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약 이행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를 해치면서까지 공약 이행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현실적 필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목표연도를 1~2년 늦추더라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달성할 수 있다면 공약 불이행으로 보기도 어렵다. 경제를 망치고 나서 공약을 이행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 부총리가 경제팀장으로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