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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레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제주 그리고 연인

[yes+레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제주 그리고 연인
온평리 마을 ‘혼인지’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이다. 이제 막 연인이 된 커플인 듯 제주의 신록은 싱그럽고 결혼을 앞둔 연인처럼 제주 하늘과 바다는 쪽빛을 머금은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봄이 아름다운 5월의 제주에서 연인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건 어떨까. 5월이면 셀프 웨딩촬영 등으로 제주를 찾는 방문객이 많은 만큼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한 추억을 남길 여행지가 많다. 부부나 커플이 함께 들른다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로맨틱한 장소도 넘쳐난다.

아무리 오래 지난 추억이 빛나는 이유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생애 첫 신혼여행은 누구에게나 아련하지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1970~80년대 제주는 신혼의 단꿈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허니문 아일랜드였다. 기암절벽에서 세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천지연폭포는 당시 최고의 신혼여행 코스 중 하나였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옅은 미소를 짓는 사진 속 연인은 지금의 나와 당신을 닮았다. 앨범 속 부모님의 사진 한 장 들고 천지연 폭포를 찾아보자. 누구보다 설레었을 그 시절 부모님을 떠올리며 같은 공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추억을 남겨보자. 추억이 담긴 천지연폭포는 꼭 낮에 방문하지 않아도 좋다. 밤 10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고 있어 밤 9시20분까지 입장 가능하다. 색색의 조명을 입고 떨어지는 낮과는 색다른 천지연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yes+레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제주 그리고 연인
천지연폭포

꿈에서나 만날 것 같던 인연이 눈앞에 나타나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가. 평화롭고 한가로운 온평리 마을에는 운명적 혼인설화가 전해진다. 제주의 시조 고, 양, 부, 3명의 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만나 혼인을 올렸다는 온평리 마을. 세 부부가 사랑을 굳건히 맹세했던 ‘혼인지’와 신혼방을 꾸몄던 ‘신방굴’에는 태초의 사랑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초록의 잔디와 가지런한 산책로가 마련된 혼인지에서는 느긋한 산책이 가능하다. 오래된 해안가 마을답게 담쟁이가 붙은 키 작은 집들이 돌담을 경계로 아기자기 모여 있는 온평리 앞바다는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며 거닐기 좋다. 연인과 영원함을 꿈꾼다면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예식장 ‘혼인지’가 있는 온평리 마을에서 둘만의 언약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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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터진목과 함덕 서우봉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푸른 바다는 하얀 거품 꽃을 피워 흰 꽃잎을 흩날린다. 바다를 캔버스 삼아 제주가 만들어낸 화산 지형을 고스란히 그려낸 성산포 터진목과 에메랄드빛 찬란히 내뿜는 함덕 서우봉 해변은 제주를 찾는 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다. 쏟아지는 햇살을 그대로 담아 춤추듯 일렁이는 성산포 터진목과 함덕 서우봉 해변은 제주 4.3을 모르는 이에겐 그저 멋스런 풍광이지만 참혹했던 그 순간을 가슴에 품은 주민들에겐 이유 없이 스러져간 가족의 넋이 서려 있다. 거센 바람 소리에 끊임없는 총소리는 묻혀버렸고 파도는 희생자들을 위로하듯 끊임없는 진혼곡을 연주하며 너울거린다. 터진목에 서서 잠시 눈을 감고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던 그들의 서러움을 느끼며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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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문화공원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연인의 손을 잡고 함께 하기 좋다. 탐라의 신화와 역사를 담아낸 제주돌문화공원을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면 제주의 삶이 고스란히 보인다. ‘신화의 정원’의 거대한 돌이 자아내는 웅장함을 배경으로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셔터를 누르기에도 좋다. 매년 5월엔 제주를 창조한 신화 속 여신인 설문대할망을 모티브로 ‘설문대할망페스티벌’이 개최돼 연인과 함께 깊은 문화 산책을 나누기에도 제격이다. 제주 곳곳에 흘러넘친 붉은 사랑은 검은 현무암만 만들지 않았다. 화산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선물, 제주 천연 원시림 곶자왈에 조성된 교래자연휴양림은 5월이면 온통 초록이다. 제주돌문화공원과 함께 위치한 교래자연휴양림에서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제주를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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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

험난한 이 세상, 둘이라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작은 어깨라도 내어주고 함께 잠시 쉬어가고 무릎에 힘을 넣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한다. 오름에서 백 가지 약초가 자란다 하여 이름 붙은 백약이 오름에는 정상을 가로지르는 나무 계단이 인상적이다. 하늘에 닿을 듯 끝없이 펼쳐지는 계단을 배경으로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기를 약속하는 연인들의 셀프 웨딩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정상까지 30분 내외로 연인과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백약이 오름은 계단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오르다 보면 어느새 중턱 즈음 올라와 있다. 뒤를 돌아보면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 서쪽으로는 한라산 정상까지 보여 감탄을 자아낸다. 금백조로로 이어지며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백약이 오름 가는 길에서 차창을 열면 들이치는 콧바람 속에 제주 숲의 향기가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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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바이크 삼륜자전거 체험

눈부신 하늘과 바람에 나부끼는 새잎을 차창으로만 바라보기엔 아까운 계절이다. 제주의 햇살과 바람, 푸른 하늘을 만끽하고 싶다면 제주의 친환경 액티비티를 체험해보자. 홍바이크에서는 청명한 5월의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서 타는 이색적인 삼륜자전거 체험이 가능하다. 제주 이브이로드에서는 전동 킥보드로 월정에서 섭지코지까지 마음 이끄는 대로 달릴 수 있다. 연인과 나란히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지친 영혼을 달래기 충분하다. 가슴 뻥 뚫리도록 제주의 해안을 달렸다면 이번엔 제주의 초원으로 가보자. 제주레일바이크에서는 목장을 지나는 철로 위에서 대자연의 매력을 투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하거나 발을 구르며 5월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제주가 한 뼘 더 가까워졌다. 당신과 나 사이 제주와 함께 5월의 자연이 선물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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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밭

오월 제주의 감귤밭은 귤꽃으로 새하얀 베일을 쓴다. 5월의 햇살을 담뿍 머금고 꽃을 피워 상큼하고 탱탱한 과실을 맺기 위한 준비다. 진한 귤꽃 향기 가득한 하효마을에 위치한 ‘방귤당’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감귤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 아낙의 손맛 담긴 건강밥상인 ‘하효살롱’을 맛볼 수 있고 감귤 타르트, 한라봉 향초도 직접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녀회에서 직접 만드는 감귤 과줄(전통과자)은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떠오르는 먹킷리스트 중 하나다. 호근동에 위치한 ‘에인감귤밭’은 귤로 만든 다양한 수제 귤차를 선보이고 있다. 카페 옆 감귤농장에서 불어오는 귤꽃향과 함께 수제 귤차를 맛보고 싶다면 5월에 꼭 방문할 만하다. 이외에도 귤꽃카페, 뉴저지 카페, 네이처 캔바스 등 달콤하고 애틋한 귤꽃 향기로 채워진 카페를 만날 수 있다.

5월, 어둠이 내려앉은 삼다공원은 낮의 단정함을 잠시 감춘 채 축제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번잡한 생각은 제쳐두고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멀찍이 떨어져서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7월 6일까지 매주 금요일 밤에 열리는 ‘삼다공원 야간콘서트’에서는 아기자기한 플리마켓과 함께 당신의 마음을 두드릴 낭만적인 속삭임이 울려 퍼진다. 삼다공원 야간콘서트는 무료 공연으로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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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재래시장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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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롱치유밥상

■출출한 밤, 제주 맛의 향연을 즐기고 싶다면

제주의 다양한 맛을 찾아 삼시 세끼 부지런히 먹고 다녔지만, 밤이 되자 출출함이 또 다시 밀려온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시간을 잊은 식객들이 모이는 곳,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불을 밝히는 동문재래시장 야시장으로 가자.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전복김밥, 소라꼬치, 문어철판구이, 딱새우튀김부터 흑돼지꼬치, 오메기떡, 한라봉주스까지. 한 손에 들고 먹기 좋은 이색적인 길거리 음식이 한 가득이다. 코끝을 스치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후회하지 않을 만한 먹거리가 당신을 맞이한다. 맛도 맛이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은 사진으로 담아내기도 좋다. 든든히 배를 채워 즐거워진 기분으로 야시장 가까이 있는 두멩이 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나지막한 옛 주택가 벽마다 그려진 기억의 한 조각을 주워볼 수 있는 그림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건 어떨까.

매일 아침, 서귀포시 호근마을 회관에는 갓 지은 밥 냄새가 가득하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차롱’ 속에 가지런히 담긴 전복내장 주먹밥, 빙떡, 색색의 전과 꼬지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바람이 잘 통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는 ‘차롱’에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담겼다. 차롱치유밥상은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만 만날 수 있다. 담백한 맛과 제주산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들어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