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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흔들던 '중국 역할론' 변곡점 맞나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중국역할론'의 위상도 급변동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부상한 중국역할론이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의 깜짝 이벤트로 인해 위축되는 양상이다.

당초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둘러싸고 중재자인 한국을 중심으로 북한과 미국이 협상하는 3자 체제가 가동돼왔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며 끼어들기에 나서면서 4자체제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빠지는 '차이나패싱'우려가 중국내에서 제기되면서 3자 체제에서 4자체제로 틀을 전환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온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파격적인 회담이 차이나 패싱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양국간 외교 및 경제분야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도한 중국역할론이 도리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과정에 잡음을 낳고 있다는 인식이 미국내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과도한 중국역할론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날렸지만 중국의 북한 챙기기 행보는 갈수록 수위를 높여갔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강경노선 배경으로 '시진핑 배후설'을 지목했지만 중국은 북한 조선 노동당 참관단을 초청해 11일에 걸쳐 개혁개방 발전 현장을 보여주며 대규모 경협까지 제시해왔다. 더구나 지난 26일에는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이징에 머물다가 서우두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귀국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중국의 과도한 개입이 북미간 소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전격 취소하면서 중국을 향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재개 가능성 언급 등으로 '중국 역할론'은 또 다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최근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대등한 한반도 협상 주도권을 쥐었다고 판단한 중국이 새로운 협상환경 속에서 북한과의 밀착관계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