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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분기 성장률에 박수칠 일 아니다

전·후방 지표 모두가 빨간불 경제에 정책수단 총동원해야

올 1·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에 올랐다. OECD가 35개 회원국 중 자료가 집계된 2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성장률이 1.1%로 23개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0.5%)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라트비아, 폴란드, 헝가리 및 칠레 정도다. 그마저 1위인 라트비아와 성장률 격차는 0.6%포인트에 그쳤다. 그동안 하위권을 맴돌던 점을 감안하면 오랜만의 쾌거다.

그런데 1·4분기 실적만으로 애드벌룬을 띄울 계제가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선·후행 지표가 온통 빨간색이다. 경제 근간인 제조업의 3월 가동률이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3월 69.9%) 이후 최저다. 생산과 투자도 부진하다. 3월 전 산업생산과 설비투자가 전달 대비 각각 1.2%, 7.8% 줄었고 건설투자도 4.5% 감소했다. 4월 수출도 전달보다 1.5% 줄었다. 취업자 수도 곤두박질쳤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6만8000명(1.5%)이나 감소했다.

경기 선행지표도 악화일로다. 통계청의 3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4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내렸다. 8개월 동안 0.8포인트나 떨어졌다. 주요 7개국(G7) 평균 경기선행지수가 2016년 7월(99.3) 이후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지난 2월 100.1까지 올랐는데 우리는 뒷걸음질했다. OECD도 거들었다.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를 99.8로 평가했다. 앞선 1월에도 99.8을 기록해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100밑으로 떨어진 건 2014년 9월(99.8) 이후 40개월 만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내달부터 연내에 3∼4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주요 20개국도 가세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이 신흥국 중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봤다.

한국 경제에 들리는 경고음은 문재인정부 '소득주도 성장'의 굴레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것은 경기 전반에 켜진 경고음을 끄는 일이다.
그것은 단기적 성과보다 근본적으로 성장잠재력이라는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근본적 인식변화와 함께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경제 살리기에 총동원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수술도 포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