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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발칸반도에 자리잡은 '검은 새의 들판' 코소보, 전쟁의 아픔을 딛고… 좁은 골목골목 삶이 꿈틀댄다

천천히 치유되고 있는 땅 그래서 더, 발걸음이 느려진다
수도 프리슈티나에선 국기를 걸때 독립을 인정해준 미국·알바니아 국기 함께 걸어
테레사성당 시계탑 오르면 시내 한눈에 내려다보여
산·물·맥주가 유명한 도시 페야 ‘코소보 알프스’ 루고바협곡 우뚝

[yes+ 레저]발칸반도에 자리잡은 '검은 새의 들판' 코소보, 전쟁의 아픔을 딛고… 좁은 골목골목 삶이 꿈틀댄다
코소보 제2의 도시 프리즈렌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아 고즈넉하면서도 옛스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프리즈렌성 아래로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구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 프리슈티나(코소보)=조용철 기자】 초처녁 수풀 사이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치가 수풀 사이를 지나고 있다. 어렸을 적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여기는 유럽 대륙 남쪽 발칸반도에 있는 코소보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자치주로 있다가 지난 2008년 독립을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독립을 지지하고 한국도 같은해 3월 주권독립국가로 공식 승인했지만 아직도 일부 국가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소보는 광공업과 농업이 주생산 품목이다. 아직 교통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코소보 내에서 도시간 이동은 버스를 이용하고, 도시 내에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도 우리에겐 분쟁 국가로만 알려진 코소보. 그래서인지 코소보가 위험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많지만 실제로 현지인들을 만나면 친절하고 매우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늦은 저녁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다만 현지인들이 동양인을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지인과 관광객이 서로 신기하게 바라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낯가림도 잠시. 현지인들의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은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곧 전달된다.

에로드 벨레구 코소보 관광특별보좌관은 "코소보의 치안 상황은 매우 안전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밤에도 안전하다"며 "전체 국민의 75%가량이 35세 이하다. 밤늦은 시간에도 카페에서 7~8명이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보통 코소보는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 춥고, 3~4월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우기를 지난 5~6월과 무더위가 물러나기 시작하는 8~9월이 관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코소보 문화와 역사의 도시, 프리즈렌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알바니아 국경 방면으로 2시간여 가다보면 코소보 제2의 도시 프리즈렌과 만난다. 코소보의 역사 수도로 알려진 프리즈렌은 과거 12세기 세르비아 왕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역사도 2000여년에 이르며 2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통의 요지로 인근에 크롬.납.아연 광산이 있으며 금속가공업, 목재공예품, 조각품, 섬유공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공업의 중심지다. 프리즈렌에선 '도쿠페스트'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제도 열린다.

프리즈렌의 첫 이미지는 수도인 프리슈티나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유럽의 여느 골목길과 비슷한 곳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고즈넉하면서도 옛스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도심을 걷다보면 시시각각으로 시계탑 종소리가 들려온다. 시계탑이 있는 광장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여러 민족이 모여사는 만큼 언어도 알바니아어, 터키어, 보스니아어, 세르비아어를 모두 사용한다.

프리즈렌은 룸바르디강을 따라 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강을 건너는 다리에는 연인들이 걸어 놓은 자물쇠가 가득하다. 다리에서 산을 바라보면 프리즈렌성이 강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프리즈렌의 전체적인 풍경은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프리즈렌의 밤은 낮보다 더 활기차다. 프리즈렌 광장 곳곳에는 프리즈렌의 밤을 즐기는 인파로 넘쳐난다. 프리즈렌 광장 중앙으로 가면 식수대와 만난다. 식수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면 프리즈렌 사람과 결혼하거나 언젠가는 프리즈렌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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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렌의 주요 관광지는 룸바르디강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여행객들이 오래된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현대적인 스타일의 수도, 프리슈티나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 중심지는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들과는 달리 약간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코소보 독립을 인정한 나라라는 이유로 늘 국기를 걸 땐 미국 성조기와 알바니아 국기를 걸고 거리에선 코소보 독립을 인정했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과 힐러리라는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코소보 독립의 상징과도 같은 프리슈티나 중심가의 광장 이름은 '뉴본(NewBorn)'.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해 새롭게 나라를 탄생시켰다는 의미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뉴본광장의 풍경이 대단히 멋지다고 할 순 없지만, 이곳에선 그리 시끄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코소보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생활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한낮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의 카페에 앉아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코소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실업률은 25%이지만 실제로는 45%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청년실업이 이런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리슈티나를 여행하다보면 프리슈티나대학교 내에 있는 국립도서관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무엇보다도 도서관 외관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이는 돔과 철골 구조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조르주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낡고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국립도서관에는 400석 규모의 열람실과 2만여권 정도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고 한다. 890여만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과 비교해보면 정말 열악한 상황이다. 이곳은 프리슈티나대학교, 국립도서관 뿐 아니라 테레사성당 등 프리슈티나에서 대표적인 관광코스가 한곳에 모여 있다.

국립도서관 옆에는 프리슈티나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인 테레사성당이 있다. 성당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시계탑 꼭대기에 오르면 프리슈티나 시내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프리슈티나를 떠나 40분쯤 달리면 창밖으로 '스켄데라이'라고 적힌 조그만 녹색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은 1990년대 후반 이른바 '인종 청소'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이다. 코소보 독립군 초대 최고 지도자였던 아뎀 야샤리의 집이 있던 프레카즈 마을도 이곳에 있다. 탱크 공습을 받아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야샤리의 주택은 현재 기념시설로 복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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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국립도서관 전경, 프리즈렌 광장 중앙에 마련돼 있는 식수대, 프리슈티나 시내에 있는 시계탑(왼쪽 사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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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슈티나 시내에 있는 간이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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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물, 맥주, 미인이 유명한 페야

코소보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페야는 인구가 1만5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코소보에서는 세번째로 큰 도시다. 페야는 산, 물, 맥주가 좋고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페야에는 스페인의 플라자처럼 중심가에 페야광장이 들어서 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광장은 이곳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살펴보기 위해 페야광장을 지나 페야 재래시장으로 들어섰다. 오전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 마을 사람은 대부분 알바니아계 무슬림이다. 페야는 지난 2013년 코소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루고바 협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코소보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루고바 협곡으로 들어서면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과 만날 수 있다. 루고바 협곡을 가로지르는 집라인은 총길이 650m로 아찔한 느낌을 준다. 빠르지는 않지만 3분여에 걸쳐서 내려가기 때문에 충분히 루고바 협곡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코소보 옛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선 자코바라는 마을을 찾아야 한다. 자코바는 예전부터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낙후된 지역이다. 자코바의 차시 스트리트에서 만난 '하니' 카페는 400여년 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감옥으로 사용된 슬픈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코소보와 마케도니아를 가르는 사르 플라니나의 북쪽에 있는 브레조비차는 코소보의 대표적인 주요 휴양지 중 하나다. 이곳에선 아직까지도 눈덮인 산과 함께 드넓게 펼쳐진 들판에서 휴식을 취하는 현지인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수준급 와인과 함께 만나는 전통음식

쥬니크 지역에 조성된 쿨라에서 전통 음악을 들으며 전통 음식을 맛본다. 물론 전통 방식으로 조성된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도 있다. 코소보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플리는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형태의 음식으로 크림 혹은 요거트 등과 함께 먹는다. 포가체 역시 코소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통음식으로 옥수수 가루 등으로 만들어진다.


초기 로마시대부터 발달해온 코소보 라호벡은 발칸반도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포도가 잘 자라 축복받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고대 문화와 문명을 살펴만 봐도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 활발히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에선 까베르네 소비뇽, 멜롯, 쉬라 등 레드 와인부터 샤도네, 리슬링 등 화이트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