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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불평등 개선됐다" 文대통령 인식 옳은가

소득통계 오독 있어선 안돼..부분과 전체 균형 있게 봐야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소득 관련 발언이 이틀 만에 판이하게 달라졌다. 5월 29일에는 "하위 20%(1분위)의 가계소득이 줄어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이는 우리에게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월 31일에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돼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말도 했다.

전자(5월 29일 발언)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 가고 있는지 반성해보자는 취지가 담겼다. 그러나 후자(5월 31일 발언)에는 그런 반성은 보이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이틀 만에 크게 달라진 배경이 궁금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어떤 통계를 보고 그런 판단을 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유추컨대 통계청의 가계소득 하부 통계, 즉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통계를 말하는 것 같다. 이 통계에는 1분위 0.6%, 2분위 0.9%, 3분위 5.3%, 4분위 8.9%, 5분위 16%씩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5·31 발언을 했다면 이는 통계를 잘못 읽은 것이다. 문 대통령의 5·31 발언은 두 가지 명제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저임 근로자의 소득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소득의 불평등 개선'이다. 전자는 통계 자체의 문제다. 소득주도성장에서 말하는 저소득층은 근로자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나 실직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무리 저임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도 자영업자와 실직자를 포함한 전체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면 소용 없다. 전체(저소득층)를 균형감 있게 봐야 하며 특정 부분(근로자)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 부분의 해석 오류는 더욱 심각하다. 위에 언급된 통계에서 모든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1분위 근로소득이 0.6% 늘고, 5분위 근로소득이 16% 늘었다면 그 차이(15.4%)만큼 소득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소득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통계 구조는 복잡다단하다. 경제전문가나 통계학자가 아닌 한 수많은 통계의 세부구조를 모두 세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통계의 큰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판단할 수 있으면 된다.
너무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면 전체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참모진의 판단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판단이 그런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