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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트럼프식 북핵 협상 제 궤도로 가고 있나

美 조야 비핵화 회의론 고개.. 한미 간 공조 재점검할 시점

'세기의 담판'이 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큼 다가왔다. 장소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로 일정은 확정됐다. 그럼에도 미국 조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의지를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쁜 합의'는 안 된다며 견제에 나섰다. 여당인 공화당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쇼'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짧은 시간 내 일괄타결'이라는 협상목표가 제 궤도를 유지할지 예의주시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심지어 김영철에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를 요구하기는커녕 "(핵 폐기를) 천천히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이후 미국 언론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뉴욕타임스)이라는 등 비관적인 예측이 쏟아졌다.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한술 더 떠 이란과의 핵합의보다 낮은 수준의 협상을 전망하며 "트럼프가 북한에 핵보유국으로 가는 통행권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트럼프의 갈지자 행보가 특유의 '거래의 기술'의 일환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최근 그의 일련의 유화적 발언은 신속한 비핵화를 망설이고 있는 김정은의 결단을 이끌어내려는 '미끼'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로선 온전히 마음을 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 6000마일(9656㎞)이나 떨어져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전문가들의 관측처럼 이 발언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고, 핵의 일부만 없애는 선에서 북한과 거래를 하겠다는 뜻이라면 매우 불길한 징조다. 파키스탄처럼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재인정부는 차제에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 금언을 상기하며 한·미 공조를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