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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통상 전쟁터 된 G7, 한국車로 불똥 튈라

'미국 대 G6' 대립 고착화.. 수입차 관세도 안심 못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주요 7개국(G7)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공동성명에 반대한다는 '트위터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막식도 건너뛴 채 북.미 정상회담(12일)을 위해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퀘벡 회담은 시종일관 미국 대 나머지 G6(독일.프랑스.영국.일본.이탈리아.캐나다) 간 통상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1975년 출범한 G7은 올해로 43년째다. 과거 G7 회담은 미국이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회담 전부터 독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트뤼도 총리 등은 대놓고 트럼프식 통상전략을 비판했다. 갈등은 회담장에서 조율은커녕 되레 증폭됐다. 트럼프는 "우리(미국)는 모든 이들이 도둑질하는 돼지저금통 같다"고 말해 불을 질렀다. 이어 "그들이 보복할 경우 실수하는 것이며, 세계 무역이 무너지면 미국보다 교역국들이 더 많이 잃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가 취임한 뒤 통상전쟁은 일상이 됐다. 올봄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자국법을 앞세워 무역 상대국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깜짝 놀란 한국은 서둘러 수출쿼터를 제한하겠다고 양보해 관세를 피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는 이들 나라에서 수출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는 기다렸다는 듯 미국산 제품에 보복조치를 취했다. 트럼프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택한 셈이다.

이런 마당에 트럼프는 자동차 고율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누가 봐도 독일 등 자동차 강국을 겨냥한 조치다.

1930년대 대공황이 터지자 세계 각국은 관세전쟁에 나섰다. "나부터 살자"는 근린궁핍화 정책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미국 경제학자 1000여명은 보호무역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한 역사적 교훈도 종종 현실정치 아래선 맥없이 무너진다.

당장 미국 대 G6 대립으로 한국 경제에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물리면 우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가 수출하는 자동차 가운데 3분의 1이 미국으로 간다. 트럼프 이전, 자유무역시대에 짠 통상전략을 크게 손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