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6·12 북미 담판, 비핵화가 성패 가른다

합의문에 'CVID' 담아야 우리 안보 해치는 일 없길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 세기의 담판이 12일 열린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난다. 북·미 정상 간 회담은 역사상 처음이다. 회담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마침내 한반도 냉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궁극적으론 남북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김 회담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온 국민이 똑같다.

6·12 회담이 역사에 남으려면 내용이 알차야 한다. 그 판단기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다. 합의문에 CVID란 문구가 담기길 바란다. 나아가 CVID를 실천에 옮기는 시간표가 들어가면 안성맞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20년 재선 유세에 나선다. 핵폐기 데드라인을 2020년으로 설정하는 합의문이 나오면 싱가포르 회담은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해외로 반출하는 내용까지 추가되면 더 좋다.

이를 전제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보장하고, 종전선언과 함께 대북 경제제재를 푸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비핵화 로드맵만 확실하다면 종전선언은 향후 평화협정 체결, 경협 확대, 미·북 수교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

김 위원장은 제3국 싱가포르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으려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다시 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북한이 무모하게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경제는 폭삭 무너졌다. 싱가포르 회담은 한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울 둘도 없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어렵다. 지난달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며칠 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워싱턴으로 보냈다. 싱가포르 회담은 이 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예측 불허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북)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 크게 주고받는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비록 회담에 참석은 못하지만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당사자다. 단순 중재자를 넘어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안보이익을 확고하게 지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