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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근로시간 단축, 사업주 처벌은 신중해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근로제 적용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그제 근로시간 인정 여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되레 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늑장으로 내놓은 데다 '기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용이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됐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쟁점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이거나 개별사업장으로 판단을 넘겼다. 그러면서 "어떤 정부도 노동시간 판단 기준을 지침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며 발뺌하는 태도를 취했다. 산업 현장에선 애매모호한 지침으로 노사분쟁의 빌미만 줬다고 꼬집는다.

이번 기준도 큰 맥락에서 보면 "근로시간 단축을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겠다"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용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실제로 업종이나 사업형태, 사업장 규모, 업무형태 등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로 근무형태가 다른데 이를 일일이 가타부타 열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일단 시행해보고' 보완하겠다는 김 장관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일단 시행해보고 아님 말고'로 넘어갈 정도로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전 사업장, 더 나아가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 점에서 김영란법이나 최저임금제에 비해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향후 노사 간 갈등과 분쟁의 소지도 많다. 법정 타툼도 불보듯 뻔하다. 사업주는 자칫하다가는 범법자로 몰려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주52시간 근로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거스를 수는 없다. 김 장관의 말처럼 '일단 시행'이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애먼 정책으로 인해 경제의 파수꾼인 사업주가 범법자로 낙인 찍히고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용부는 시행착오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나아가 '일단 시행'에 따른 리스크와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적용해 보고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