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생존을 향해 달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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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꾸준히 페달 밟아야 살아남아
혁신성장은 선택 아닌 숙명

자전거 타는 세상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 하나쯤은 굴린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전거 타기 붐 조성을 거든다. 시내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안전하게 도심을 달릴 수 있다. 4대강 자전거길로는 전국 일주도 가능하다. 교외로 가는 전철이나 열차에는 자전거 전용칸이 있어 장거리 자전거 휴대가 한층 더 쉬워졌다. 자전거 타기는 건강을 넘어 생활 속 문화로 자리잡았다.

국내 자전거 인구는 1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 4명 중 1명이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자전거 타기 열풍이 불면서 그동안 자동차에 밀려 한계산업으로 내몰렸던 자전거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자전거 수리점도 기사회생, 유망산업으로 고속성장한다. 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카페도 성업 중이다.

산업계에도 자전거 타기 열풍이 불고 있다. 멈추면 넘어지는 만큼 생존의 자전거 타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에 자전거 타기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통했다. 자금난으로 부도 등 경영위기를 맞으면 자금 혈류를 열기 위해 계속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 이를 통해 화급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끌어들여 급한 불을 끄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런 자전거 타기에는 의도가 숨어 있다. 덩치를 키우고 여기저기 은행에서 돈을 많이 끌어쓰면 은행은 당장의 부실화를 우려해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자금중단이나 부도처리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다. 그렇지만 한 번 기운 사세는 이렇게 해도 되돌리기 어려웠고 대개가 망했다.

순환출자 해소 등 경영투명성이 강화돼 이런 식의 돌려막기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기업들의 자전거 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자전거 타기다. 급변하는 산업환경과 소비 트렌드로 인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용역 등의 사이클이 짧아졌다. 그래서 요즘엔 새우깡, 신라면과 같은 스테디셀러를 더 이상 구경하기 힘들다. 기업은 그만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적으로 호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쉼 없이 내놓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혁신을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자리를 만들고 실리콘밸리식 혁신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계에서 자전거 타기의 원조는 이건희 회장이다. 꼭 25년 전인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장단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삼성은 그후 뼈를 깎는 품질혁신, 변화를 이끄는 유연한 사고와 능력 중심의 발탁인사,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CIO직 신설로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무한경쟁 시대에 모든 분야에서 자전거 타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문재인정부가 최근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자전거 제조업체도 구닥다리 자전거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전기자전거, 패션자전거 등 새로운 환경과 수요에 걸맞은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를 지속적으로 내놔야 한다. 기존 기업들은 물론이고 신생기업들도 먼저 자전거 타기부터 숙달한 뒤에 사업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 직장인은 물론이고 산업계, 더 나아가 나라도 건강과 생존을 위해서 좋은 자전거를 열심히 타야겠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