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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국민의 선택] 북미회담이 삼킨 선거판.. 네거티브도 경제실정론도 안먹혔다

견제보다 안정 택한 민심
문 대통령 높은 지지도 증명.. 민심도 국정 운영 힘실어줘

[6·13 국민의 선택] 북미회담이 삼킨 선거판.. 네거티브도 경제실정론도 안먹혔다

대통령 지지도에 집권 여당의 성적표가 결정되는 지방선거의 '법칙'은 이번에도 통했다. 고공행진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선거 내내 전국적으로 여당만 보이던 선거는 13일 개표 결과에도 이변이 없었다.

이날 개표 집계 결과 밤 11시 30분 현재, 전체 개표가 25.9%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에서 1위를 달렸다.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2곳에서만 당선이 확실시되는 데 그쳤다.

13일 오후 발표된 6.13 지방선거 공중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국 14곳에서 압승이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였다. 이처럼 6·13 동시지방선거의 민심은 견제보다 현 정부의 안정적 개혁을 믿고 지켜보길 택할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 이번에도 여당 택해

당초부터 이번 선거는 문재인정부의 국정동력이 탄력을 받느냐, 제동이 걸리느냐가 판가름날 치킨게임 성격이 짙었다.

절묘하게 힘의 균형을 맞춰준 역대 지방선거와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달랐다.

쓰나미급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반도 해빙무드 속에 선거는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여당 후보만 보였고, 그래서 막판까지 깜깜이 선거로 불렸다. 선거 중에는 그나마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균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에서 반전은 없었다.

출구조사에서 여당이 지역별로 50% 이상 승리가 예상되면서 결국 민심은 여당엔 촛불 대선에 이어 한번 더 여당에 일할 기회를 주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개혁과 내부쇄신이 미진했던 야권엔 다음에 더 잘하라는 뜻으로 회초리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최대 승부처 영남권 혈투끝 보수 텃밭 부산 울산 함락

보수의 텃밭 영남권 5곳(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은 처음부터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영남권은 선거 결과에 따라 21대 총선 지형이나 보수의 존망이 걸려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였다.

선거 초반부터 전국적인 민주당 우세 바람이 텃밭 영남권에 상륙한 이후 PK(부산·경남)를 거쳐 파죽지세로 TK(대구·경북)까지 영향권에 들었다.

물론 영남의 반란은 안보 이슈가 제1의 원인은 아니었다. 이미 부산 지역에선 민주당이 5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도 김해 등에선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표밭으로 일부 지역은 주인이 바뀌었다.

TK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로 그나마 한국당이 끝까지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선거에서 보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여야가 두번의 주말을 모두 지도부를 이끌고 영남권에서 대규모 화력 대결을 벌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야권에선 현 정부 경제 무능론을 내세워 집권 1년의 문재인정부 평가론과 견제심리 작동을 기대했다. 하지만 여당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국 선거에서 대통령 마케팅만 펼쳤다. 결과에선 야권의 뒷심이 통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수도권·호남·충청 與 압승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빅3' 싸움도 이번만큼 치열한 적은 없었다. 수도권 빅3는 전국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의미였다. 서울은 당초부터 민주당 몫이었다. 박원순 후보의 3선 출마로 야권이 도전에 나섰지만 막판까지 단일화 등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한국당 현역 단체장 몫이던 경기·인천도 선거 막판까지 민주당의 선두 바람이 거셌다. 선거 시작 뒤 야당이 추격전을 벌였지만 이변은 없었다.

그나마 이재명·남경필 후보가 격돌한 경기도에선 이 후보의 개인사 논란으로 불씨가 커지고, 선거 막판에는 여권 지지층 내에서 경기도만은 한국당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정당 지지율 바람 속에 야권이 별다른 반전 카드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이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인 지난 2일 서울·경기·인천 후보 3명이 공동 정책공약을 내걸고 원팀 '패키지 선거' 승리를 장담한 이후 야권의 추격전을 전혀 허용치 않았다. 수도권 민주당 후보는 단일팀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후 후보별 편차보다는 민주당 깃발이면 구분 없이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찍는 현상이 나타났다.

호남은 민주당이 텃밭 호남에서 풀뿌리 조직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느냐의 중요한 싸움이었다. 지난 대선에선 호남이 민주당을 선택했지만 앞선 2016년 20대 총선에선 전남과 광주에서 민주당이 1석을 제외하고는 고배를 마셨다.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도 결국 민주당이 수성에 성공했다. 선거 직전부터 안희정 전 지사 논란으로 대전.충남.충북.세종 모두 민심이 크게 흔들렸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강원도는 이광재 전 지사와 최문순 후보가 당선되기 전까지는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 텃밭으로 불렸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등 흥행 이슈를 거친 뒤 이날 최 후보의 당선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토양이 바뀌었음이 입증됐다.

제주도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와 문대림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한 대결을 벌였지만 원 후보가 당선되며 결론이 났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