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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리시장에 또 끼어든 금융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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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누르면 부작용만.. 은행 자율에 맡길 수 없나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잘못 매겼다고 지적했다. 가산금리를 일부러 높게 물려 은행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잘못 받은 이자는 돌려주라고 했다. 또 앞으론 은행이 대출금리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자세한 내역서를 고객에게 주도록 했다. 6년 전에 처음 만든 대출금리 모범규준도 손질하기로 했다.

올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잇따라 금리를 올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 금리도 들썩댄다. 한국은행도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탔다. 그러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잇따라 경고를 보냈다. 금감원이 21일 발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는 그 산물이다.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은 습관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 버릇이 도진다. 그때마다 은행은 '악덕 고리대금업자' 역을 맡는다. 이런 식으로 시장금리를 누르는 게 과연 올바른 처방일까.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거나 죌 기미를 보이면 금리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억지로 누르면 나중에 스프링처럼 튀어오른다. 그보다는 시장이 알아서 긴축에 적응하도록 놔두는 게 낫다.

대출금리 모범규준이란 것도 묘한 장치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은 금융관치의 수단일 뿐이다. 이 모범규준은 지난 2012년에 처음 만들었다. 그해 여름에 리보금리 조작 사건이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에 칼을 들이댔다. 담합이냐 아니냐를 두고 금융위와 공정위가 맞섰다. 그 여파로 나온 게 바로 대출금리 모범규준이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같은 규준으로 금리를 산정하면 되레 담합 의심을 살 수 있다. 차라리 일체의 대출금리 결정권을 은행에 맡기면 어떤가. 높게 매기든 낮게 매기든 은행끼리 경쟁을 붙이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은 모범규준을 기초로 은행들이 적당한 선에서 대출금리를 조정한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을 손질할 게 아니라 금리를 자율에 맡기되 짬짜미를 막는 데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박근혜정부는 적어도 겉으론 시장에 금리 자율권을 줬다.
금융 자율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정부는 후퇴했다. 한국 금융은 발에 관치를 달고 뛴다. 그러니 금융에선 삼성전자 같은 스타가 나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