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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서퍼'라고요? 아직도 스마트폰 서툴러요"

노인 디지털 격차 심화 

"'실버 서퍼'라고요? 아직도 스마트폰 서툴러요"
노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이들이 '디지털 사각시대'에 갇혀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아들, 엄마가 수박 주문하려고 하는데 이거 왜 안되니?" 직장인 송진영(32)씨는 주말마다 부모님께 스마트폰 이용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물건 주문하고 구입하기, 카카오톡 사진 올리기, 페이스북 글쓰기 등 알면 간단하고 쉬운 내용을 부모님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이들이 '디지털 사각시대'에 갇혀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고령층을 뜻하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란 신조어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도 스마트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노년층(만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모바일 기기 보유 및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는 89.9%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지만, 컴퓨터·모바일 기기 기본 이용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생활 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났다. 노년층의 ‘생활 서비스 이용률’은 47.4%로 일반 국민의 평균 79.1%보다 31.7%p 낮았다. 생활 서비스 이용률은 ‘교통정보 및 지도’(41.9%), ‘금융거래’(26.3%), ‘제품 구매(쇼핑) 및 예약·예매’(20.0%)순이었다.

■실생활에서 스마트폰 사용 어려움 겪는 노년층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은 312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390곳이 줄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급격히 줄었다. 덩달아 노년층의 금융 소외 현상도 두드러졌다. 온라인·모바일뱅킹의 거래방식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조사팀이 발표한 '2017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모바일뱅킹 이용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대별로 20대 74.0%, 30대 71.8%가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50대는 33.5%, 60대 이상은 5.5%로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고령화 대응 TF팀'은 고령자(60~70대)가 금융회사의 오프라인 영업망 축소, 핀테크 등 온라인 기술 발전에 따른 부적응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고 발표했다. 금융 이해력 또한 저조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만 65세 이상의 전자금융 서비스 이용률은 26.2%인 반면 만 65세 미만의 이용률은 60%가 넘는다.

최근에는 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에서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르신 맞춤형 점포 혹은 노약자 전담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 방문자에게 다양한 수수료를 면제와 우대 금리를 지원하는 식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하는 영국, 일본, 프랑스... IT교육 중요성 강조

해외 현황은 어떨까.

영국 정부는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우려되자 지점폐쇄와 관련한 명확한 절차 마련을 요청했다. 지난해 말 영국의 은행지점은 9690개로 2010년과 비교하면 약 35%가 감소했다. 은행지점이 전혀 없는 지역도 40%나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BBA)는 지점폐쇄 관련 자율규약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자율규약에는 지점폐쇄 시 최소 12주 이전 안내와 지역민이 참여하는 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등 절차와 지점폐쇄 이후 대체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법 개정을 추진해 고객 편리성을 해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은행 점포를 주중 요일을 나누어 운영한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정보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디지털 포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설치 및 교육, 전문인력 양성 등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외국 사례를 본보기 삼아 디지털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IT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는 '행복한 모바일 세상'이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소외계층인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주고, 그들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대학생 1명과 어르신 1명을 주선해 주별로 스마트폰 교육을 2시간씩 진행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일정 수준의 정보활용능력을 갖춘 어르신들이 경로당, 양로시설, 독거노인 가정 등을 방문하여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60여 명이 3만여 명의 동료 어르신들에게 교육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노년층 대상의 IT 교육활동은 사회참여와 디지털 역량 나눔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개인과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의 대표적 사례"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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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