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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무역전쟁] 미 경기전망 속속 낮추는 월가

[불붙은 무역전쟁] 미 경기전망 속속 낮추는 월가
AP연합.미국 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보복 으름장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미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역시 가파르게 만들 것으로 우려됐다. 지난해 의회를 압박해 일궈낸 감세 효과는 당연히 모두 상쇄될 것으로 전망됐다.

CNBC는 22일(현지시간)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무역전쟁 우려 고조가 미국에 경기침체를 몰고 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 대응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수입물가가 뛰고 미 인플레이션도 가팔라져 결국 경제 성장을 꺾어버릴 것이란 우려다.

■ 상호보복 악순환 후유증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이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메릴린치의 미셸 마이어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대규모 무역전쟁은 상당한 성장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신감이 감퇴되고, 공급망이 충격을 받으면서 교역충격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어는 “여전히 전면적인 무역전쟁 확률은 낮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같은) 위험이 고조되고 있고, 이는 (미) 경제전망의 핵심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어의 분석노트가 나온 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자동차에 20%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하며 무역전쟁 긴장을 더 높였다. 중국의 보복에 대응해 기존 500억달러 수입품에 더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방안을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EU의 보복에 자동차 관세 추가로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대응이 그대로 실행돼도 실질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이 미국과 관세를 물게되는 교역상대국의 전체 교역과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위를 높여 계속되는 관세 대응이 앞으로도 점점 강도를 높여가며 상호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 그 파생효과가 경제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계속 수위가 높아지면 지금 사상최고 수준인 미국의 소비, 기업심리가 곤두박질칠 수 있고, 여기에 수입규제에 따른 공급충격까지 더해지면 미 경제가 최소한 잠깐 동안이라도 경기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어는 “여전히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에서는 많이 멀다”면서도 “그러나 (가능성은 낮지만 현실화하면 심각한 충격을 주는) 꼬리 리스크는 높아지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무역긴장은 미국과 전세계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성장 모멘텀 대부분 훼손"
메릴린치는 기본적인 무역전쟁 시나리오에서 무역전쟁 충격은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첫해에 0.3~0.4%포인트 떨어뜨리고, 그 다음해에는 0.5~0.6%포인트 떨어지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한 충격이지만 아직은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취임 뒤 경제성장 모멘텀 대부분을 훼손할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이다.

마이어는 기본적인 무역전쟁 시나리오에서는 감세, 정부지출 증대 등의 재정정책 효과가 무역전쟁 충격으로 모두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확산되면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내다봐야 한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산업생산도 둔화되고, ‘불확실성 충격’이 더해지면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마이어는 “관세 충격에 더해 본격적인 무역전쟁은 온전한 규모의 경기침체로 경제를 밀어 넣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미 경제전망이 통상 관련 밀고 당기기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미 경제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분석 노트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무역긴장이 더 빠르고, 더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다”면서 “보호주의만으로는 경제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둔화세가 더 깊어질 수 있고, 이미 높아지고 있는 미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 장기전망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 2.4분기 미 성장률은 4.7%, 실업률은 수십년만에 최저 수준인 3.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기전망은 악화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미 경제가 2.8% 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2.4%로 떨어지고, 2020년에는 2%,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1.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장기 성장률을 이보다 낮은 1.4%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3%대 성장률을 자신하고 있는 백악관의 장밋빛 전망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미 경제가 점점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객관적 분석이 우세함을 보여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