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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정우 선택한 포스코 결정을 존중한다

내부승진 … 낙하산 논란차단
선임 절차 합리적으로 진행

포스코가 포스코켐텍 최정우 사장(61)을 새 회장 후보로 지난 주말에 확정했다. 다음달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면 정식으로 취임한다. 부산대(경제학)를 나온 최 사장은 재무통으로 꼽힌다. 50년 역사상 포스코 회장 중에 비엔지니어 출신은 처음이다. 비서울대 출신도 오랜만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철강 공급과잉과 무역규제로 철강업계가 어렵다"며 "비철강 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하다"고 낙점 배경을 밝혔다.

권오준 현 회장은 지난 4월 중순 갑자기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두달 남짓 만에 새 회장 후보를 뽑았다. 이 정도면 경영공백을 최소화했다. 회장 승계절차도 합리적이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은 20여명 가운데 5명을 골랐다. 이어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가 최 사장을 낙점했다. 최종 선택권은 주주들에게 있다.

후보 압축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마피아, 곧 포피아 논란이 컸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한 비판이다. 외부에서 오면 낙하산, 내부에서 승진하면 포피아라고 비난하면 당최 어디서 포스코 회장을 뽑으란 말인가. 창립자 박태준이 손을 뗀 뒤 포스코는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에 연줄을 댄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회장은 정권과 임기를 같이했고, 새 회장이 뽑힐 때마다 뒷배를 두고 수군댔다. 하지만 최 사장은 유력 후보군에 속하지 않았다. 정치색도 가장 옅다. 뒤탈이 큰 낙하산보다 '35년 정통 포스코맨'의 내부 승진이 백배 낫다. 무엇보다 승계 카운슬 등이 외부 압박에 흔들리지 않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정부 아래서 금융지주사 회장을 새로 뽑을 때 셀프 연임 논란이 빚어졌다.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은 대놓고 자기 사람을 심지 않았으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번에 포스코 회장을 뽑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이는 분명 잘못이다. 주주가 아닌 제3자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옳지 않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사기업 일은 기업에 맡기는 게 최상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잭 웰치 전 회장이 20년 '장기집권'했고, 후임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은 16년 재임했다. 존 플래너리 현 회장도 전형적인 GE맨이다. 하지만 미국에 'GE피아' 논란은 없다. 애플의 팀 쿡 CEO도 애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무도 '애플피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재차 강조하지만 정치권 연줄보다는 독자적인 내부 승진이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도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10년, 20년 장기재임하는 유능한 포스코 CEO를 가질 때가 됐다. 포스코 100년의 미래를 헤쳐갈 최정우 회장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