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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크루그먼의 경고, 허투루 듣지 마라

"세계교역 3분의 2 줄 수도" 정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시립대)가 27일 글로벌 통상전쟁과 관련, "세계 교역량의 3분의 2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바로 한국"이라고도 했다. 제주도가 주최하는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세계 교역량이 1950년대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크루그먼의 경고를 한 자도 흘려들을 수 없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관세를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두 고래가 맞붙어 싸우니 말릴 사람도 없다. 유럽은 유럽대로 미국과 한판 붙었다. 글로벌 무역질서를 총괄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그것을 훔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 기업가들 앞에서 "중국은 한 대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고래싸움이 언제 그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역사를 보면 크루그먼의 경고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은 1930년에 스무트·홀리관세법을 도입했다. 유럽산 등 수만개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물렸다. 이웃이야 어떻게 되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른바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유럽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1932년 미·유럽 간 교역량은 3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세계무역은 1929~1934년 사이 약 66%가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1930년대 관세전쟁은 미국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들어선 뒤 수그러들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미국 등 승전국들은 GATT, 곧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을 통해 통상규칙을 세웠다. 모두가 패자로 남는 관세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GATT 체제는 1995년 WTO로 바통을 넘겼다. 크루그먼 교수는 "정치적 이유로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보복조치를 하는 가장 대표적 주자가 미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했다.

당장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건 우리다. 미국, 중국, 유럽은 덩치가 커서 내수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만 해도 내수시장이 큰 편이다. 한국은 수출이 없으면 꼼짝 못한다.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큰 위기는 외부에서 닥친다. 안이한 태도는 금물이다. 정부는 크루그먼 교수의 경고를 두 번, 세 번 곱씹어가며 대응책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