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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대북제재 풀리고 북·중 교역땐 훈춘 물류단지 투자 급증할 것"

'동북아 관문' 훈춘에 위치한 포스코.현대 국제물류센터
2010년 물류단지 조성 계약.. 정치상황따라 굴곡 있었지만
잠재력 믿고 통일시대 준비.. 8월이면 빈 창고 임대 완료

【 훈춘(중국)=권승현 기자】 몰아치는 한기에 털끝이 쭈뼛 선 채로 들어선 저온창고는 '고기 반, 공기 반'이었다. 지난달 4일 훈춘 국제물류개발구에 위치한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의 일부 창고는 킹크랩을 비롯한 수산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아직 물건이 100% 다 들어오지 않은 창고도 있었다. 오종수 포스코.현대물류유한공사 부장은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금방 다 채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온창고를 나서니 창고 한쪽을 수산물 가공공장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유엔 제재가 엄격하게 시행되면서 북한산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현대물류유한공사는 수산물 무역이 주요 산업인 훈춘의 특성을 고려해 가공공장과 같은 맞춤임대사업으로 활로를 찾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7월 중국 지린성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훈춘에 150만㎡의 물류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계열사 중 포스코건설이 사업을 맡았다. 물류사업 경험이 없던 포스코가 물류센터를 건립한 배경엔 훈춘시가 가진 잠재력이 있다. 훈춘은 동쪽으로 러시아와, 남쪽으로는 북한과 맞닿는다. 해상으로는 일본, 한국 등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동북아의 물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연제성 포스코.현대물류유한공사 법인장은 "포스코는 국민기업이기 때문에 대북진출 거점을 미리 마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북한, 특히 함경북도 쪽의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참여할 때 포스코건설 중국법인이 훈춘을 거점 삼아 진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는 당초 2019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년이 채 남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상황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이후 북한 핵실험, 유엔 제재 등이 이어지면서 추가 투자에 큰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연 법인장은 "2016년 초만 해도 나진항을 통해서 상하이, 광저우로 운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검토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으로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는 나진항을 통해 광저우, 상하이로 운송되는 한정인삼(정관장) 물품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더불어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계획이 '올스톱'됐다. 이처럼 정치적 변동성 때문에 놓친 기회가 한두 건이 아니다. 그는 "육로가 아닌 훈춘을 통해 해상으로 가게 되면 전체 운송비의 60%면 충분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까닭에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는 최근 반전된 남북 분위기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대북제재가 해지되고 북·중 교역이 활발해지면 물동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 법인장은 "오는 8~9월이면 비어 있는 창고도 모두 임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를 찾는 외부 손님들이 늘었다. 연 법인장은 "대북제재가 풀리면 훈춘시에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선양 주미대사관 관계자들이 포스코.현대국제물류센터를 찾았다.

연 법인장은 "미국 기업들이 훈춘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러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연 법인장은 "북핵 리스크가 없어지고 있으니 대북제재가 해결될 것"이라며 "지난해 2000만달러 매출에 그쳤지만 점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