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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전방위 확산] 위안 폭락에 中 개입 의구심.. 美·中 환율전쟁 치닫나

위안 사상최대 낙폭 6월 달러대비 3.3%나 하락
시장 논리 따른 약세에 무게 中의 경고 해석도
中 환율의 무기화 가능성 급격한 평가절하땐 부작용

[무역전쟁 전방위 확산] 위안 폭락에 中 개입 의구심.. 美·中 환율전쟁 치닫나


중국 위안이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 낙폭도 2015년 중국인민은행(PBOC)이 고시환율을 급격히 올려 위안이 폭락했던 것을 제외하면 주간 단위로도 사상최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최근 위안 급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다시 환율조작 문제를 들고나올 것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조직적 개입이 드러나면 환율을 놓고 미·중 간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은 뻔하다. 시장에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충격을 줄이기 위해 위안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까지는 시장 내부요인으로 인해 위안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또 의도적인 위안 하락은 자본유출 같은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기 때문에 협박용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위안 사상최대폭 하락

지난달 위안은 중국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응해 위안 평가절하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위안은 6월 달러에 대해 3.3% 가치가 하락해 1994년 중국이 외환시장을 설립한 이후 월간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은 PBOC가 단 1주일 동안 위안 기준가치를 2.8% 떨어뜨린다고 발표해 전 세계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던 때다. 그러나 상하이 복합지수가 중국 경기둔화 조짐과 맞물려 지난달 8% 하락하기는 했지만 2015년과 달리 지금은 위안 약세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좀 더 차분하다고 FT는 전했다.

시장은 위안 하락세가 의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위안 하락을 미 관세에 대한 대응수단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고 올 들어 유로, 신흥시장 통화 등 다른 통화들이 달러 강세 속에 줄줄이 약세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위안이 그동안 탄탄한 오름세를 보여왔던 터라 급격한 위안 하락에 정책당국의 의지가 개입돼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위안 저평가 문제는 2015년 후반 PBOC가 달러 페그제를 버리고 주요 통화 바스켓에 위안 가치를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환율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미·중 간 첨예한 통상 이슈였다. 2005~2014년 중반까지 중국 당국이 조직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조작 의심을 샀지만 이후 이 문제는 덕분에 잠잠해졌다. 2016년 트럼프는 대통령 경선기간에 이 문제를 다시 들춰냈다. 중국이 여전히 위안 저평가를 통해 수출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시장의 힘 vs. 중국의 경고

전문가들은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환율전쟁 의도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해 위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환율 움직임이 보통 때에 비해 더 큰 상징을 갖고 있다"면서 "보는 이에 따라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고, 중국이 무역전쟁의 무기 가운데 하나라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역전쟁 무기로 간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초 유로는 물론이고 신흥시장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러에 강세를 보였던 위안이 그동안 다른 통화 하락세를 따라잡게 되면서 최근 위안이 급락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재무부 국제경제 담당 차관을 지낸 브래드 세처 외교관계위원회(CFR) 선임 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서는 위안 움직임이 통화 바스켓에 대한 위안 가치 안정이라는 중국 당국의 정책의도에 맞춘 것으로 쉽사리 설명이 된다"면서 의도적인 위안 저평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처는 "그러나 만약 관세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큰 폭의 평가절하를 유도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비치기 시작한다면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격한 위안 평가절하 못해"

리서치 업체 TS 롬바르드의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보 주앙은 아마도 중국 당국이 워싱턴에 신호를 주기 위해 전술적인 위안 하락을 용인했을 수는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부작용 때문에 급격한 평가절하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 평가절하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보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중국이 아마도 위안을 무기화해 미 관세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평가절하에 나설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비록 중국 정책담당자들도 현재 이를 옵션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고는 있지만 무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5~2016년 시장의 위안 평가절하 예상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 약 1조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면서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대규모 위안 평가절하도 이득보다는 부정적 충격이 훨씬 더 크다"면서 자본이탈 가속, 국내 유동성 위축 등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