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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전쟁 격랑 휩싸인 글로벌 업체들

트럼프 무역전쟁 격랑 휩싸인 글로벌 업체들

■中기업 '디폴트 도미노' 공포
상반기 디폴트규모 165억위안.. 작년 총액 207억위안 육박
침체 지속 경영난 심화 예상

만성적인 빚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에 떨고 있다. 오는 6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연달아 디폴트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당국의 부채 감축 압박으로 돈 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복관세까지 기승을 부리면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JP모간의 징 울리치 아시아.태평양부문 부사장을 인용해 양자 간 무역전쟁이 무역을 넘어 중국 금융권을 강타해 회사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붙인 것에 대항해 오는 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같은 날 500억달러 규모 수입품 가운데 우선 자동차를 포함,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에 관세를 강행할 계획이다.

울리치 부사장은 보복관세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고 경제에 거시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며 "이 같은 여파가 장래에 신용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중국 기업들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소규모 은행들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당국이 민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금 규제를 강화하고, 올 상반기 경기 침체로 영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험 수준에 접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올 상반기 중국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165억위안(약 2조7512억원)으로 지난해 디폴트 총액(207억위안)에 육박한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는 지난 1일 보도에서 올해 같은 기간 중국 채권시장에서 13개 기업이 발행한 25개의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했으며 13개 기업 가운데 7곳은 2018년 들어 처음으로 디폴트를 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기업들이 지난 2015년에 당국의 지원 하에 대량 발행한 채권들의 만기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에 돌아오기 때문에 디폴트 건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중신증권의 뤼핀 애널리스트는 "올해 채권 디폴트 규모가 2016년을 넘어서 역대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은 이같이 절박한 상황에 몰린 중국 기업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 산하 FT컨피덴셜리서치(FTCR)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조사해 산출한 FTCR중국소비자지수는 지난달 2.6포인트 하락해 최근 20개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트럼프 무역전쟁 격랑 휩싸인 글로벌 업체들

■생산현지화로 눈돌리는 車업계
수입차 관세 부과 위협에 판매국에서 직접 車 생산
폭스바겐 등 "현지화할 것"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피하기 위해 세계 주요 업체들은 앞으로 생산현지화를 서두를 조짐이다. 판매 국가에서 바로 생산해 파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세계 자동차 산업이 국경을 넘은 부품과 완성차 이동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관세 위협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업체들이 이같이 생산,판매 전략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서로 수입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인상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EU에서 제조된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현재의 2.5%에서 20%를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EU도 미국산 자동차 수입 관세를 현재의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주 미 상무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및 부품 관세 위협은 미국내 자동차 생산을 줄이게 되면서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미국내 일자리 19만5000개가, 다른 무역상대국들의 맞보복시 최대 60만개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 122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관세를 피할 수 있다면 현지 생산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 계열사 포르셰 최고경영자(CEO) 겸 생산 이사 올리버 블루메는 "생산 현지화가 현실적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하겠다"며 잘 갖춰진 생산시설로 인해 변화와 요구에 맞출 자신감을 내비췄다. 블루메는 해외 생산을 더 늘리기로 한 할리데이비슨의 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업체들도 뒷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독일 자동차 산업은 해외 시장 의존도가 78%, 영국은 80%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멕시코는 82%를 수출하고 있다.

도요타는 본사가 위치한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3분의 2를 현지 또는 인근에서 생산하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아른트 엘링호르스트는 "애석하게도 관세를 부과하면 생산은 이동하게 된다"며 "국수주의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판매국가에서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더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