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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외국계 사모펀드 편드는 국민연금

'삼성합병은 잘못' 시인은 엘리엇·메이슨을 돕는 꼴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Mason)이 3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6일 투자자·국가 간 소송, 곧 ISD 중재의향서를 우리 정부에 접수시켰다.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메이슨은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뒤를 따르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 4월 중재의향서를 정부에 냈다. 두 사모펀드는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배상을 요구한다.

둘이 펼치는 논리는 같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했고, 그 바람에 손해를 입었으니 돈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영악하다. 법률적 대응에도 빈틈이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문 전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홍 전 본부장은 배임 혐의로 역시 2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메이슨과 엘리엇의 논리는 이에 기초한다.

이 마당에 정부도 외국계 사모펀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4월 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두달 뒤 복지부는 7월 중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담은 권고안 이행계획을 밝혔다. 뒤질세라 국민연금도 나섰다. 국민연금은 3월부터 석달간 내부 감사를 실시한 끝에 며칠 전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 산출 자료를 조작했다는 책임을 물었다. 메이슨과 엘리엇으로선 앉아서 큰 무기를 손에 넣은 셈이다.

애국심을 앞세워 외국계 사모펀드를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려는 게 아니다. 합병 과정에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문·홍 두 사람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대법원)이 나오기도 전에 복지부가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곤란하다. 또 국민연금이 자체감사를 토대로 성급하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서도 안 된다. ISD 전투를 앞두고 최소한 아군, 적군 구별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엘리엇과 메이슨은 이 재판 결과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우리에게도 장차 ISD 소송에서 쓸 만한 전략이 있다는 뜻이다. 정부와 국민연금은 적어도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진 자중하면서 대응 전략을 짜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