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발상의 전환 안보이는 저출산 대책

틀에 박힌 사고 못 벗어나 이민 등 터놓고 논의해야

정부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섰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와 '신혼부부·청년주거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번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저출산 종합대책은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돼 정권이 바뀐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이번 대책은 출산과 보육에서 일자리, 결혼 여건, 교육, 워라밸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지원을 하면서 아이와 부모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과 모든 출생에 차별이 없는 지원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출산·보육 중심의 단편적인 대책에 머물렀던 앞선 대책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크게 보면 종전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정 퍼주기를 답습했다. 이전 정부 10년 동안 1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은 더 심화됐다. 그런데도 올해 26조원에 이어 내년엔 27조원을 넘게 투입하겠다고 한다. 출산적령기 인구의 의식변화와 사회상을 제대로 담아내지도 못했다. 출산을 좌우하는 젊은층의 결혼에 대한 의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통계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결혼적령기 미혼남의 70%,미혼녀의 30%가 결혼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여건을 갖춰준다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길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장래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작년에 1.05명으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수도 작년에 40만명이 붕괴됐다. 올해는 30만명 초반에 머물 전망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을 보면 이런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작정 재정지원만 늘릴 것이 아니라 발상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기혼부부 중심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복안으로 전문기술 분야 위주의 이민 유입 정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비혼 동거부부에게 신혼부부와 동등한 혜택을 주는 프랑스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목적세로 저출산세를 걷는 방안도 납세자 동의를 전제로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과 그에 걸맞은 처방이 아니고서는 저출산 해결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