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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급 43% 올려라" 노동계 황당한 요구

한국노총이 지난 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정상화됐다. 그러나 초반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큰 시각 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위 11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1만790원을, 경영계는 올해 수준(7530원) 동결을 각각 주장했다.

노동계가 너무 나갔다. 최초 요구안으로 '협상용'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43.3%나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노동계 요구 수준은 올해 인상률의 2배를 훌쩍 넘고, 예년 평균 수준 인상률(7%)과 비교해서는 6배를 넘는다. 문재인정부의 공약(2020년까지 1만원)에 비쳐 봐도 과속이다. 협상의 의지가 있는 지 의심이 들게 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기존 목표에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 것을 감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이 정도로 올라가면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 있는 중소기업과 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이 과연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영계는 즉각 "노동계의 요구 수준으로라면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도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는 할 말이 있다. 이미 올해 예년의 2배를 넘는 16.4%나 올랐고, 그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동결하더라도 2년간 연평균 인상률이 8%를 넘는다.

그렇잖아도 이미 최저임금의 역습이 시작됐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만9000명이나 줄었다. 음식·숙박업은 4만3000명이 감소했다. 아파트 경비원 등 취약계층 일자리도 10만개 이상 줄었다. 최저임금이 이미 취약업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격하게 올라 문을 닫거나 직원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화, 더 나아가서 지역별 차등화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상생하는 길이다.
일본은 업종별은 물론이고 지역별로도 차등을 둔다. 영국과 프랑스는 연령별로도 달리 적용한다. 이게 현실적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