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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막오른 통상전쟁, 범정부 대응팀 꾸려라

새우등 터지는 일 없도록 문 대통령이 전면 나서길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6일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관세를 물리는 보복조치를 발동했다. 중국도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양국은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60억달러 규모의 2차 보복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자동차 보복관세 부과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 행정명령을 시발점으로 세계를 향해 무역전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차적으로는 중국을 정조준했다. 500억달러 규모의 대중 무역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도 '같은 규모' '같은 강도'의 맞대응을 선언했다. 보복은 새로운 보복을 부르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에도 파편이 튀고 있다. EU도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무역전쟁의 확산이 우려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세계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2조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시립대) 등 세계 석학들도 잇따라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이 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에도 부메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70년 동안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자유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 EU·캐나다·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차례로 등을 돌렸다. 미국이 세계1위 경제대국이지만 세계를 상대로 혼자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설혹 이긴다 해도 손해보는 전쟁이다. 관세를 올리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도 있지만 나가는 기업도 생긴다. 공장 해외이전을 발표한 할리데이비슨이 그 예다.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도 비용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도 손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1, 2위 수출시장이다.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통상에서 예상치 못한 돌출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응팀을 만들어주기 바란다.